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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국)

[서울고법 2025-10-17 선고 2024나2000441 판결]

판시사항


甲의 대통령 재임기간 중 청와대에서 문화예술인 전반을 특정 정치적 이념(우파)으로 전향하도록 추진하기 위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작성되고, 당시 국가정보원장 乙이 기획조정실장에게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여 좌파 연예인을 분류한 명단을 작성하여 좌편향 문화예술인들을 퇴출·견제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는데, 甲의 퇴임 후 국가정보원이 甲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을 공개하자, 위 명단에 포함된 丙 등이 대한민국 및 甲과 乙을 상대로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甲, 乙이 위와 같이 丙 등을 명단에 등재한 후 이들을 특정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거나 세무조사를 통하여 압박한 행위 등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한민국과 乙이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사안에서, 甲과 乙의 위 명단 작성·배포·관리 등의 불법행위는 적어도 甲의 임기 동안 계속되었다고 인정되므로, 丙 등의 소 제기일로부터 5년(대한민국에 대하여) 또는 10년(乙에 대하여)을 역산한 시점 후에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의 대통령 재임기간 중 청와대에서 문화예술인 전반을 특정 정치적 이념(우파)으로 전향하도록 추진하기 위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작성되고, 당시 국가정보원장 乙이 기획조정실장에게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여 좌파 연예인을 분류한 명단을 작성하여 좌편향 문화예술인들을 퇴출·견제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는데, 甲의 퇴임 후 국가정보원이 甲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을 공개하자, 위 명단에 포함된 丙 등이 대한민국 및 甲과 乙을 상대로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甲, 乙이 위와 같이 丙 등을 명단에 등재한 후 이들을 특정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거나 세무조사를 통하여 압박한 행위 등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한민국과 乙이 소멸시효의 항변을 한 사안이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를 의미하고,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라고 보아야 하는데, 위 명단은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개인·단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통해 정권 비판적인 표현과 행위를 제지하고자 작성된 점, 위 명단에 등재된 개인·단체에 대하여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 등의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명단의 불법성은 일회적인 명단의 작성 행위뿐 아니라 지속적·조직적인 명단의 관리 및 적용 행위에도 인정되는 점, 丙 등을 등재하여 관리하는 행위는 계속적 불법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丙 등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 역시 위 명단이 존속하는 날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을 종합하면, 甲과 乙의 위 명단 작성·배포·관리 등의 불법행위는 적어도 甲의 임기 동안 계속되었다고 인정되므로, 丙 등의 소 제기일로부터 5년(대한민국에 대하여) 또는 10년(乙에 대하여)을 역산한 시점 후에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이다.

판례내용

【원고, 피항소인】 원고 1 외 22인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원고 3 외 1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재 담당변호사 김필성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위대훈)
【피고, 항소인】 피고 2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허브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3. 11. 17. 선고 2018가합526239 판결
【변론종결】2025. 8. 29.
【주 문】
1. 원고 3, 원고 10, 원고 14, 원고 15, 원고 17, 원고 19, 원고 25, 원고 26, 원고 27, 원고 28, 원고 31, 원고 34, 원고 35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의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2, 피고 3과 공동하여 위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3. 2. 24.부터 2025. 10. 17.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제1항 기재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 2, 피고 3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제1항 기재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피고 대한민국이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2, 피고 3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위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1.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24.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주문 제1항 기재 원고들(이하 ‘항소 원고들’이라 한다)
제1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구하는 항소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2, 피고 3과 공동하여 항소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24.부터 2017. 12. 21.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제1심판결 중 항소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부분은 나머지 원고들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분리·확정되었고, 항소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제1심 인용금액 상당에 대하여만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나. 피고 2, 피고 3
제1심판결 중 위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위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수립」문건의 작성
제○○대 대통령인 피고 2의 재임기간 중인 2008. 8. 27.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 명의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작성되었다. 위 문건에는 ‘Ⅰ. 문화권력은 이념지향적 정치세력’, ‘Ⅱ. 좌파 세력의 문화권력화 실태 분석’, ‘Ⅲ. 균형화 추진전략’, ‘Ⅳ. 주요 대책(안)’, ‘Ⅴ. 추진체계 및 지원계획’, ‘Ⅵ. 향후 일정’ 항목이 기재되어 있다. 위 각 항목 아래에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정치적 이념(좌파)을 가진 단체의 지원금을 차단하고 다른 특정 정치적 이념(우파)을 가진 단체에만 지원금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인 전반을 일정한 정치적 이념(우파)으로 전향하도록 추진하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Ⅴ. 추진체계 및 지원계획’ 항목 아래에는 청와대, 문화부, 기획재정부, 기업의 역할분담이 기재되어 있다.
나. ‘좌파 연예인 대응 TF’의 구성 경위 및 운영
국가정보원장이었던 피고 3은 2009. 7.경 당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소외 1로 하여금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여 국익정보국은 좌파 연예인들의 동향 및 성향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국익전략실은 위 첩보 등을 분석하여 좌파 연예인을 분류한 명단을 작성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으로 좌편향 문화예술인들을 퇴출·견제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좌파 연예인 대응 TF는 2009. 10.경부터 특정 연예인 소속 특정 기획사 세무조사 유도 등의 구체적인 활동을 하였다.
다. 국가정보원의 보도자료 배포
국가정보원은 2017. 9. 11.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적폐청산 TF’로부터 피고 2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을 권고하였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위 보도자료에는 "피고 3이 2009. 2.경 국가정보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수시로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내 특정 인물·단체의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문화예술계 내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퇴출활동을 전개하였으며, 2009. 7.경 당시 소외 1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여 정부 비판세력을 특정 프로그램에서 배제·퇴출하거나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위 보도자료에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총 82명, 이하 ‘이 사건 블랙리스트’라고 한다)이 첨부되어 있고, 원고들은 위 명단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표 3]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원고들 명단 구분강성 성향온건 성향 문화계원고 33, 원고 8, 원고 1? 배우원고 26원고 13 영화감독원고 19, 원고 29, 원고 9, 원고 18, 원고 30, 원고 5, 원고 6, 원고 4, 원고 14, 소외 2, 원고 3, 원고 20, 원고 7, 원고 24, 원고 23, 원고 25, 원고 34, 원고 16, 원고 22, 원고 35, 원고 31, 원고 15, 원고 32, 원고 2, 원고 17, 원고 28, 원고 11? 방송인원고 27, 원고 10? 가수원고 12원고 21
라.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및「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발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원회’라고 한다)는 2017. 7. 31.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설치되었고, 그 무렵부터 2018. 6. 30.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위 및 사실관계 파악,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등을 위한 활동을 수행한 후 2019. 2. 27.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정리한「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이하 ‘백서’라고 한다)를 발간하였다.
마. 피고 3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1) 피고 3은 2017. 10. 7.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정보원 측 관계자들 및 △△△ 경영진들과 순차 공모하여 직권을 남용하여 원고 27로 하여금 종래 종사하던 △△△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프로그램명 생략)」프로그램의 진행자직에서 사퇴하게 함으로써 원고 27의 위 프로그램의 진행에 관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고 27로 하여금 종래부터 종사하던 위 프로그램의 진행자직에서 하차하게 함으로써 원고 27의 위 프로그램 진행에 관한 정당한 업무수행을 방해하였다."라는 내용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2)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은 2020. 2. 7. "이 사건 블랙리스트 관련 불법행위로 원고 27을 교체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를 국가정보원 직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하여 원고 27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원고 27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에 관하여는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무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 및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위 무죄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이 사건 소송의 경과
1) 원고들은 2017. 11. 28.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 2, 피고 3은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한 후 이를 기초로 특정 프로그램에서 배제·퇴출하거나 소속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였고 원고들은 그로 인하여 무형의 재산상 손해와 함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공동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피고 대한민국은 소속 공무원인 위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2) 제1심법원은 2023. 11. 17. 피고들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2010. 11.경부터 5년이 경과한 때 소멸하였다고 보아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 을 선고하였다.
3) 이에 대하여 항소 원고들이 제1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피고 2, 피고 3이 제1심판결 중 위 피고들 패소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이들은 이 법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가) 항소 원고들
(1) 피고 2, 피고 3의 불법행위는 이 사건 블랙리스트 작성뿐 아니라 유지 및 관리 등으로 지속되었으므로,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2010. 11.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2) 설령 위 손해배상채권이 2010. 11.경부터 5년이 경과한 때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된다고 보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 관련 불법행위를 장기간 조작·은폐한 점, 원고들은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까지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알 수 없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권리행사에 장애사유가 있었던 점, 피고 대한민국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관련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자들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을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 대한민국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나) 피고 2, 피고 3
(1) 위 각 피고들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였다는 불법행위의 존재,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의 발생 및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2) 원고들의 위자료로 500만 원이 일괄적으로 산정된 것은 부당하다.
(3) 이 사건 소는 국가배상청구로서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2010. 11.경부터 5년이 경과한 때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피고 3).
2. 이 법원의 판단
가. 이 법원의 판단 개요
1) 제1심법원에 제출된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피고 2, 피고 3이 그 지시를 받는 국가정보원의 직원들과 공모하여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관리하는 행위를 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되고, 그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제1심판결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로 500만 원을 인정한 것도 그 판시로 든 사정 등에 비추어 보아 적절하다고 인정된다.
2) 다만 제1심판결은 피고 2, 피고 3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관리하는 행위를 한 것이 불법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고들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블랙리스트 문건이 작성된 2010. 11.경을 소멸시효가 기산되는 불법행위의 종료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라고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30285 판결 참조),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원고들을 등재하여 관리하는 행위는 계속적 불법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 역시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존속하는 날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피고 2, 피고 3의 위 불법행위는 적어도 피고 2의 임기 종료일인 2013. 2. 24.까지 계속되었다고 인정되므로, 그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이하에서는 제1심판결과 판단을 같이하는 부분은 이를 인용하되, 판단을 달리하는 부분은 이를 고쳐 쓰는 방법으로 이 법원의 판단 이유를 설시하기로 한다.
나. 제1심판결서 이유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 내용을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서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제1심판결서 제14쪽 제18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오히려 피고 3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에 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점과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수립 문건은 피고 3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3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관한 불법행위에 관여 또는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제1심판결서 제17쪽 제4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백서에 "피고 2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기획관리비서관의 지시로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생산, 관리하여 청와대에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보고하였고, 청와대는 국정원의 정보 보고에 맞춰 재지시하는 형태로 블랙리스트 실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갑 제11호증의 2, 95쪽 참조), "피고 3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기간(2009. 2.경부터 2013. 3.경까지)에 국정원 2차장, 3차장, 국익전략실장, 국익정보국장, 심리전단장 등이 참석한 월례 전(全) 부서장 회의와 일일 모닝브리핑 및 정무직 회의 등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국정 수행에 비협조적인 사람과 단체를 종북세력 내지 그 영향권에 있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에 대해서도 종북세력과 동일시하여 각종 선거와 관련하여 야당과 야권 후보자 등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라.’고 주문함으로써 종북세력 대처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이들 세력이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을 반복하여 지시하였다."라는 내용(갑 제11호증의 2, 105쪽 참조)이 각 기재된 사실이 인정된다.』
▣ 제1심판결서 제17쪽 제5행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을 "위 인정 사실 및 피고 2, 피고 3의 지위와 국정원과 청와대의 보고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으로 고친다.
▣ 제1심판결서 제17쪽 제15행의 "또한"부터 제16행의 "명백하다."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2, 피고 3 등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 등의 대상이 된 점, 문화예술 분야는 국가의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므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사람은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 박탈 내지 제약으로 인하여 재산적 피해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되는 정신적 피해도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따라 인터넷에 부정적인 토론글·댓글이 게재되거나 이미지 실추가 유도된바, 원고들로서는 인격권과 명예가 훼손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람들 중 구체적으로 지원 배제, 이미지 실추 등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불이익한 대우를 받을 개연성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 제1심판결서 제17쪽 제20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3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관련 형사사건 역시 피고 3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기소된 죄명의 구성요건인 ‘직권남용’ 및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 3이 들고 있는 위 사정을 들어 위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 3은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2008. 8. 28. 자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이 작성된 때로부터 약 1년이 지나 작성된 점, 피고 3의 국정원장 재임기간 동안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작성·배포·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특정 프로그램 또는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적극적·구체적으로 활용된 점 등 앞서 본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 이 사건 블랙리스트 등의 작성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위법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3의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관한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 제1심판결서 제18쪽 제1행부터 제20쪽 제12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가) 피고 대한민국 주장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2010. 11.경까지 작성되었고, 원고들이 불법행위일인 위 2010. 11.경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7. 11. 2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관련 법리
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1항, 제2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제1항[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 제96조 제2항, 제1항]에 따르면,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1항에 따른 주관적 기산점)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이 원칙이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다231625 판결 참조).
한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있어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장기소멸시효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54686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30285 판결 참조).
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개인·단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통해 정권 비판적인 표현과 행위를 제지하고자 작성된 점, ② 위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개인·단체에 대하여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 등의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명단에 기재된 개인·단체를 지원대상자에서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블랙리스트의 불법성은 일회적인 명단의 작성 행위뿐 아니라 지속적·조직적인 명단의 관리 및 적용 행위에도 인정되는 점, ④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원고들을 등재하여 관리하는 행위는 계속적 불법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 역시 이 사건 블랙리스트가 존속하는 날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등 이 사건 블랙리스트의 작성 배경, 경위 및 불법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2, 피고 3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관리한 불법행위는 적어도 피고 2의 임기 동안 계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2의 임기가 2013. 2. 24. 종료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는 적어도 2013. 2. 24.까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 역시 위 2013. 2. 24.까지 계속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7. 11. 28.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한편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중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17. 11. 28.로부터 5년을 역산한 2012. 11. 28. 이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소멸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원고들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간이 길고, 무엇보다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종료된 이후 원고들이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자신들의 이름이 등재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받은 2차적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이유로 피고 대한민국이 지급할 위자료 액수를 다른 피고들보다 감액할 것은 아니다).
▣ 제1심판결서 제20쪽 제12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3) 피고 3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3 주장의 요지
원고들의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블랙리스트는 2010. 11.경까지 작성되었고, 원고들이 불법행위일인 위 2010. 11.경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7. 11. 2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구체적 판단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거나(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같은 조 제2항) 시효로 소멸한다.
(2) 원고들의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으로서 민법 제766조 제1항 및 제2항이 적용된다.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는 적어도 2013. 2. 24. 종료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위 2013. 2. 24.까지 계속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7. 11. 28.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 3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 제1심판결서 제21쪽 제13행의 "원고들은"부터 같은 쪽 제15행의 "점"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원고들은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한 경제·문화·예술 활동 영역에서의 참여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유·무형의 재산적 피해뿐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당한 차별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종료된 이후 원고들이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자신들의 이름이 등재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받은 2차적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 제1심판결서 제22쪽 제2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2, 피고 3은 원고들의 위자료를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위자료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하는바, 원고들 중 일부 원고들(28명) 은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문화예술 사업에서 배제되는 등 직접적·구체적인 위법행위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원고들 28명 스스로 위자료 500만 원을 구하고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것만으로도 위자료 500만 원을 산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 원고들의 주장과 위자료의 금액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의 위자료를 각 500만 원으로 동일하게 정한 것이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제1심판결서 제22쪽 제5행의 "불법행위일 이후로서"를 삭제한다.
▣ 제1심판결서 제22쪽 제16행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2, 피고 3과 공동하여 항소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위자료로 각 5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위 2013. 2. 24.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0. 17.까지 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여야 한다. 항소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의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항소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항소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대한민국에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과 피고 2, 피고 3 사이의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위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승렬(재판장) 박연욱 함상훈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50조, 제766조 제1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