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항소심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와 같은 제1심의 판단,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2]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본래증거인지 판단하는 기준 / 어떤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경우, 전문증거인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 그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윤성묵 외 4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5. 9. 24. 선고 2024노27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9. 14. 21:40경 아산시 △△면 □□리에 있는 □□저수지 인근에서, 피고인의 차량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 김○미(여, 28세)에게 갑자기 "손목이 얇고 예쁘다."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손과 손목 부위를 만지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듯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다(추행 부위와 방법에 관하여 당초의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손과 손목 부위를 만지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듯 만지고, 가슴 부위를 2회 툭툭 치고 1회 주무르듯 만졌다.’라는 것이었는데 그중 가슴과 관련한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손과 손목, 허벅지, 가슴 부위를 만져 추행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골프채를 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자 이를 달래기 위해 손목 부위를 톡톡 두드렸을 뿐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나. 제1심은, ① 피해자는 금전적 지원이 결부된 이른바 ‘조건만남’을 목적으로 피고인과 만났음에도 그 경위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는 점, ②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으로부터 현금 30만 원을 받아 안경을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돈을 돌려주었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한 점, ③ 피해자는 개인회생 중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이고 고소 이후 합의금 7,000만 원을 요구하였는바,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반면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진행ㆍ종결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 진술 중 쟁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은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로부터 강제추행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취지의 이○희 진술이 피해자 진술에 일부 부합한다. 즉 이○희는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전화를 걸어 ‘피고인이 손과 허벅지를 만졌다’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적어도 피고인이 쟁점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의 손과 손목, 허벅지를 만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만남 경위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였더라도, 이는 이른바 ‘조건만남’에 대한 도덕적 평가, 그로 인한 자신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영향 등을 우려한 방어적 진술로 이해된다. 이를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3)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현금 30만 원을 받았다거나 이를 자신이 소비하였음에도 바로 돌려주었다고 거짓말한 사정은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사정은 일부 사실관계를 과장(가슴 부위 추행)하였다고 볼 근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를 들어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도11582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2409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등 참조).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ㆍ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2)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어떤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그 진술에 포함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7109 판결 등 참조).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은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이○희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는 사정을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주된 근거로 보았다. 원심은 이○희의 진술을 피해자의 진술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한 것인바, 이 경우 이○희의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한 이상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제316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2) 결국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할 것인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거나,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나머지 사정은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정황에 불과할 뿐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현저한 사정으로 내세우기에 부족하다.
3) 더욱이 원심도 인정하고 있듯이 피고인과 만나게 된 경위, 현금 30만 원 수수 여부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사실과 크게 다른 것은 틀림없는바, 이를 전체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이 없는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사건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엇갈린 진술 가운데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엄밀하게 살펴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할 사안으로 진술 내용의 합리성ㆍ타당성ㆍ상당성은 신빙성 판단의 주요한 요소이다.
4)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난 목적, 피해자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허위 진술의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피해자가 사실관계를 과장하여 고소하였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보아, 피해자의 진술 중 가슴 부위를 만졌다는 부분의 신빙성은 배척하고 손과 손목, 허벅지 부위를 만졌다는 부분의 신빙성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해 부위에 관한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진술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하고, 나머지 진술만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등 참조), 원심에서 그러한 사정이 드러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5)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와 재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숙연(재판장) 이흥구 오석준(주심) 노경필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윤성묵 외 4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5. 9. 24. 선고 2024노27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9. 14. 21:40경 아산시 △△면 □□리에 있는 □□저수지 인근에서, 피고인의 차량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 김○미(여, 28세)에게 갑자기 "손목이 얇고 예쁘다."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손과 손목 부위를 만지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듯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였다(추행 부위와 방법에 관하여 당초의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손과 손목 부위를 만지고, 계속하여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듯 만지고, 가슴 부위를 2회 툭툭 치고 1회 주무르듯 만졌다.’라는 것이었는데 그중 가슴과 관련한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손과 손목, 허벅지, 가슴 부위를 만져 추행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골프채를 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자 이를 달래기 위해 손목 부위를 톡톡 두드렸을 뿐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나. 제1심은, ① 피해자는 금전적 지원이 결부된 이른바 ‘조건만남’을 목적으로 피고인과 만났음에도 그 경위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는 점, ②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으로부터 현금 30만 원을 받아 안경을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돈을 돌려주었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한 점, ③ 피해자는 개인회생 중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이고 고소 이후 합의금 7,000만 원을 요구하였는바,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반면 원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변론을 진행ㆍ종결한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 진술 중 쟁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은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로부터 강제추행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취지의 이○희 진술이 피해자 진술에 일부 부합한다. 즉 이○희는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전화를 걸어 ‘피고인이 손과 허벅지를 만졌다’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적어도 피고인이 쟁점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의 손과 손목, 허벅지를 만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만남 경위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였더라도, 이는 이른바 ‘조건만남’에 대한 도덕적 평가, 그로 인한 자신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영향 등을 우려한 방어적 진술로 이해된다. 이를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3)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현금 30만 원을 받았다거나 이를 자신이 소비하였음에도 바로 돌려주었다고 거짓말한 사정은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사정은 일부 사실관계를 과장(가슴 부위 추행)하였다고 볼 근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를 들어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의 동기가 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도11582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2도2409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등 참조).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ㆍ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2)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어떤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그 진술에 포함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7109 판결 등 참조).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은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이○희의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는 사정을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주된 근거로 보았다. 원심은 이○희의 진술을 피해자의 진술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한 것인바, 이 경우 이○희의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한 이상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제316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2) 결국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할 것인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거나,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들고 있는 나머지 사정은 제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정황에 불과할 뿐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현저한 사정으로 내세우기에 부족하다.
3) 더욱이 원심도 인정하고 있듯이 피고인과 만나게 된 경위, 현금 30만 원 수수 여부에 관한 피해자 진술이 사실과 크게 다른 것은 틀림없는바, 이를 전체 진술의 신빙성에 영향이 없는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사건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엇갈린 진술 가운데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엄밀하게 살펴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할 사안으로 진술 내용의 합리성ㆍ타당성ㆍ상당성은 신빙성 판단의 주요한 요소이다.
4)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난 목적, 피해자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허위 진술의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피해자가 사실관계를 과장하여 고소하였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보아, 피해자의 진술 중 가슴 부위를 만졌다는 부분의 신빙성은 배척하고 손과 손목, 허벅지 부위를 만졌다는 부분의 신빙성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해 부위에 관한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진술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하고, 나머지 진술만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등 참조), 원심에서 그러한 사정이 드러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5)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쟁점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와 재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쟁점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숙연(재판장) 이흥구 오석준(주심) 노경필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10조의2, 제311조, 제312조, 제313조, 제314조, 제315조, 제316조
참조판례
[1]96)
[1]844)
[1]650)
[1]919)
[1]1309)
[2]1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