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이행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이행기한이 도래한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2]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와 체결한 ‘협력사 자금 대여(금전대차) 계약’에서 乙 회사의 대여금 상환방법에 관하여 ‘乙 회사가 甲 회사에 공급한 물품에 대하여 甲 회사가 乙 회사에 지급할 대가 중 일정 상환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계함으로써 상환을 갈음한다.’라는 취지로 정하였는데, 甲 회사가 乙 회사와의 거래가 중단된 이상 乙 회사가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없어져 위 상환방법에 따른 대여금 상환이 불가능해졌으므로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하며 乙 회사를 상대로 대여금 상환을 구한 사안에서, 乙 회사의 甲 회사에 대한 대여금 상환의무는 甲 회사의 물품대금채무 발생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한 사실의 도래를 변제기로 정한 것으로서, 乙 회사의 대여금 상환의무에 붙은 부관인 ‘甲 회사가 乙 회사에 지급할 물품대금채무의 발생’은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위 부관에 대한 심리·판단 없이 대여계약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례내용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상 담당변호사 육복희)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윤)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5. 5. 29. 선고 2024나20522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인정된 사실관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2023. 3. 23. 피고와 사이에 ‘협력사 자금 대여(금전대차) 계약’(이하 ‘이 사건 대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10억 원을 대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 한다).
나. 이 사건 대여계약에서는 피고가 본 계약에 의거 수령한 대여금을 원고와 관련된 피고의 양산제품 설비투자 등 생산성 향상 및 운영자금으로 관계된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 하고(제2조), 피고의 대여금 상환방법에 관하여는 ‘원금은 대여일인 2023. 3. 23.부터 약 3개월 거치 후 2023. 6. 30.부터 2024. 12. 31.까지 3.0%의 이자율로 매월 피고가 원고에게 공급한 물품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대가 중 5%(상환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계함으로써 상환을 갈음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호).
다. 원고는 2023. 6. 30.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대여계약에서 정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였다며 대여금을 즉시 상환할 것을 통보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대여계약 제4조가 정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거나 이에 따른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여금 상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16643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원고로부터 수령한 이 사건 대여금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MIM(금속사출 성형) 힌지(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에 사용하고(이 사건 대여계약 제2조),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제품을 공급받으며, 그 물품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여금을 상계하기로 약정하였다(이 사건 대여계약 제3조).
2) 그런데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주문하지 않았고(당연히 피고도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원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피고가 이 사건 제품을 원고에게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3) 원고는 원심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가 중단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없어졌고, 이 사건 대여계약 제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상환방법에 따라 대여금 상환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와 동시에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하였다(2024. 11. 27. 자 준비서면).
다.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대여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제품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피고가 언제까지나 원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물품대금채무 부담이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다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공급하지 않아 원고의 물품대금채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대여금 상환의무의 변제기가 도래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즉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상환의무는 원고의 물품대금채무 발생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한 사실의 도래를 변제기로 정한 것으로서, 피고의 대여금 상환의무에 붙은 부관인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채무의 발생’은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대여계약 체결 후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 현재 피고의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의사와 실현 가능성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 상환의무의 변제기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대여금 상환의무에 붙은 부관인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채무의 발생’에 대한 심리·판단 없이 이 사건 대여계약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불확정기한 및 부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오석준(주심) 노경필 이숙연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윤)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5. 5. 29. 선고 2024나20522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인정된 사실관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2023. 3. 23. 피고와 사이에 ‘협력사 자금 대여(금전대차) 계약’(이하 ‘이 사건 대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10억 원을 대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 한다).
나. 이 사건 대여계약에서는 피고가 본 계약에 의거 수령한 대여금을 원고와 관련된 피고의 양산제품 설비투자 등 생산성 향상 및 운영자금으로 관계된 목적으로만 사용하여야 하고(제2조), 피고의 대여금 상환방법에 관하여는 ‘원금은 대여일인 2023. 3. 23.부터 약 3개월 거치 후 2023. 6. 30.부터 2024. 12. 31.까지 3.0%의 이자율로 매월 피고가 원고에게 공급한 물품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대가 중 5%(상환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계함으로써 상환을 갈음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호).
다. 원고는 2023. 6. 30.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대여계약에서 정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였다며 대여금을 즉시 상환할 것을 통보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대여계약 제4조가 정한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거나 이에 따른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여금 상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16643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6다12595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원고로부터 수령한 이 사건 대여금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MIM(금속사출 성형) 힌지(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에 사용하고(이 사건 대여계약 제2조),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제품을 공급받으며, 그 물품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여금을 상계하기로 약정하였다(이 사건 대여계약 제3조).
2) 그런데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주문하지 않았고(당연히 피고도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원심 변론종결일 기준으로 피고가 이 사건 제품을 원고에게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3) 원고는 원심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가 중단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없어졌고, 이 사건 대여계약 제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상환방법에 따라 대여금 상환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와 동시에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주장하였다(2024. 11. 27. 자 준비서면).
다.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대여계약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제품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피고가 언제까지나 원고에게 이 사건 대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물품대금채무 부담이라는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다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을 공급하지 않아 원고의 물품대금채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대여금 상환의무의 변제기가 도래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즉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상환의무는 원고의 물품대금채무 발생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한 사실의 도래를 변제기로 정한 것으로서, 피고의 대여금 상환의무에 붙은 부관인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채무의 발생’은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대여계약 체결 후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 현재 피고의 이 사건 제품 생산 및 공급의사와 실현 가능성 등을 추가로 심리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 상환의무의 변제기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대여금 상환의무에 붙은 부관인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채무의 발생’에 대한 심리·판단 없이 이 사건 대여계약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불확정기한 및 부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오석준(주심) 노경필 이숙연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147조, 제152조, 제387조 / [2] 민법 제105조, 제147조, 제152조, 제38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