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약정의 효력(무효) 및 이러한 사정이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되는지 여부(적극) /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와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되는지 여부(적극) /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한 경우, 이후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례내용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 담당변호사 박기원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5. 1. 16. 선고 2024나533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부산 남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 미접수 시 납입한 분담금 전액의 환불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이하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라 한다)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합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라 한다)을 각각 체결하였다.
원고계약 체결일총 분담금 원고 12019. 11. 15.398,400,000원 원고 22019. 11. 3.351,200,000원 원고 32019. 12. 28.308,900,000원
다. 피고는 2020. 10. 6. 부산광역시 남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다가 건축, 교통, 경관 등 관련 사유로 불승인이 예상되자 신청을 취하하였다. 피고는 2022. 4. 20. 다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고, 부산광역시 남구청장은 2023. 5. 30.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였다.
라.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분담금으로 원고 1은 127,000,000원을, 원고 2는 83,000,000원을, 원고 3은 50,000,000원을 각각 납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전부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인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하는 한편,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 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 한편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피고가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접수하지 못할 경우 납입한 분담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이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후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접수하지 못함에 따라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은 성취된 것으로 확정되었다. 그런데도 원고 1은 2020. 10. 30. 7,700만 원을, 원고 2는 2020. 11. 12. 3,800만 원을, 원고 3은 2020. 12. 30. 및 2020. 12. 31. 합계 1,200만 원을, 2021. 11. 20. 1,000만 원을 각 피고에게 분담금으로 납부하였다. 이처럼 원고들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확정된 이후에도 피고에게 분담금의 환불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분담금 중 적지 않은 금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로서는 이러한 원고들의 분담금 납부행위를 통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2)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게 하여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기한인 ‘2020. 6.’을 지키지는 못하였으나 2022. 4. 20.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고 2023. 5. 30.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결국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절차가 이행되었다. 따라서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 당시 원고들이 우려하였던 사업 불발의 위험은 소멸하였다. 설령 당초에는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조기에 조합가입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원고들의 의사’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2020. 6.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당초의 의사를 묵시적으로 철회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반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대지면적 33,861㎡, 총세대수 804세대, 총사업비는 4,241억여 원에 달하여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들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분담금 반환 등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있는 동안 피고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여 사업계획승인이 내려졌으므로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4)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은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은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들의 분담금 회수 및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이흥구 노경필 이숙연(주심)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 담당변호사 박기원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5. 1. 16. 선고 2024나533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부산 남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 미접수 시 납입한 분담금 전액의 환불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이하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라 한다)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합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라 한다)을 각각 체결하였다.
원고계약 체결일총 분담금 원고 12019. 11. 15.398,400,000원 원고 22019. 11. 3.351,200,000원 원고 32019. 12. 28.308,900,000원
다. 피고는 2020. 10. 6. 부산광역시 남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다가 건축, 교통, 경관 등 관련 사유로 불승인이 예상되자 신청을 취하하였다. 피고는 2022. 4. 20. 다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였고, 부산광역시 남구청장은 2023. 5. 30.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였다.
라.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분담금으로 원고 1은 127,000,000원을, 원고 2는 83,000,000원을, 원고 3은 50,000,000원을 각각 납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전부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인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하는 한편,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 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조합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 한편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피고가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접수하지 못할 경우 납입한 분담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이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후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접수하지 못함에 따라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은 성취된 것으로 확정되었다. 그런데도 원고 1은 2020. 10. 30. 7,700만 원을, 원고 2는 2020. 11. 12. 3,800만 원을, 원고 3은 2020. 12. 30. 및 2020. 12. 31. 합계 1,200만 원을, 2021. 11. 20. 1,000만 원을 각 피고에게 분담금으로 납부하였다. 이처럼 원고들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환불의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확정된 이후에도 피고에게 분담금의 환불을 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분담금 중 적지 않은 금액을 납부하였다. 피고로서는 이러한 원고들의 분담금 납부행위를 통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2)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목적은 피고로 하여금 조속히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게 하여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기한인 ‘2020. 6.’을 지키지는 못하였으나 2022. 4. 20.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고 2023. 5. 30.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결국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절차가 이행되었다. 따라서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 당시 원고들이 우려하였던 사업 불발의 위험은 소멸하였다. 설령 당초에는 ‘2020. 6.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조기에 조합가입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원고들의 의사’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2020. 6.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원고들이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당초의 의사를 묵시적으로 철회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반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대지면적 33,861㎡, 총세대수 804세대, 총사업비는 4,241억여 원에 달하여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들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분담금 반환 등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있는 동안 피고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여 사업계획승인이 내려졌으므로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4)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은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들은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들의 분담금 회수 및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통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이흥구 노경필 이숙연(주심)
참조조문
민법 제2조, 제105조, 제137조, 제275조, 제276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