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확정분담금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약정의 효력(무효) 및 이러한 사정이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되는지 여부(적극)
[2]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 없이 체결된 확정분담금 약정을 무효로 보는 취지
[3] 총회결의 없이 체결된 확정분담금 약정의 무효를 원인으로 하여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4] 원심이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 중 하나의 청구는 일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 피고만이 상고하였는데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할 경우, 파기의 범위 및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례내용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성 담당변호사 박보준 외 13인)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 담당변호사 박기호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4. 12. 13. 선고 2024나556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99,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0. 4.부터 2024. 6.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부산 사하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는 피고의 전신인 (가칭)○○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가입계약 시 작성된 조합원 분담금액은 확정분담금으로서 변동 없음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정분담금 약정(이하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라 한다)이 기재된 확약서를 교부받으면서 총분담금 198,000,000원인 조합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분담금 및 업무대행비(이하 ‘분담금 등’이라 한다)로 피고에게 합계 99,600,000원을 납부하였다.
라. 피고는 2017. 3. 7.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3. 3. 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2. 가정적 의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조합가입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가정적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피고 정관 내지 규약의 정함이나 총회결의가 없는 총유물에 관한 관리 및 처분행위로서 무효이고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납부받은 분담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지, 분담금을 반환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가입계약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확정분담금 약정은 총회결의 없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 없이 체결된 확정분담금 약정을 무효로 보는 취지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한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추가 분담금을 납부받지 않고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주택건설사업의 재원 부족을 야기하고 안정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여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하는 확정분담금 약정이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고 조합가입계약도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무효가 되었을 때,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한 조합원들이 별다른 시기나 사유의 제한 없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여 납입한 분담금 전액을 반환받아 가는 것을 항상 허용한다면,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 재원의 유출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이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을 대체할 조합원을 재모집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담금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의 재정적 위기를 가져와 주택건설사업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선량한 다수의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무효로 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모순된 결과이다.
따라서 확정분담금 약정에 관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가 결여되었음을 이유로 조합원의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나 취소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확정분담금 약정의 체결 경위와 확정분담금 약정의 내용, 확정분담금 약정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의 경위와 시기 등에 따른 구체적, 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하여 분담금의 반환이 이루어지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주택건설사업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지역주택조합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는 반면,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조합원으로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확정분담금 약정에서 목적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대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필요성이 없거나 크지 않으면서 확정분담금 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일탈하여 오로지 지역주택조합과의 관계를 벗어날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후인 2017. 3. 7.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3. 3. 9.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아 주택건설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고 있으며, 피고가 주택건설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위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인데, 원고는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원고가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피고의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취소될 경우 피고로서는 원고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이미 납입받은 분담금 등을 반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비용으로 사용될 것이 예정된 나머지 분담금을 납입받지 못하게 되므로, 피고의 재정적 위기가 심화되고 주택건설사업의 실패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더욱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대지면적 17,300㎡, 총세대수 426세대에 달하여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위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는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진 후인 2023. 9. 1.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무렵에는 피고의 추가 분담금 결의가 이루어진 바도 없었으므로, 그 무렵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대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필요성이 새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분담금 등을 반환하여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청구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원고는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은 채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의 분담금 등 회수 및 분담금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오로지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확정부담금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까지 무효라고 보거나 원고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담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수 개의 청구가 제1심에서 선택적으로 병합되고 그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대한 인용 판결이 선고되어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 때에는 제1심이 판단하지 아니한 나머지 청구까지도 항소심으로 이심되어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되므로, 항소심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하나의 청구는 일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 피고만이 상고하였고,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할 경우, 상고심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외에 나머지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까지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0다25910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6290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였지만, 이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라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99,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0. 4.부터 2024. 6.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마용주(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 담당변호사 박기호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4. 12. 13. 선고 2024나556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99,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0. 4.부터 2024. 6.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부산 사하구 (이하 생략) 일원을 사업시행구역으로 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나. 원고는 피고의 전신인 (가칭)○○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가입계약 시 작성된 조합원 분담금액은 확정분담금으로서 변동 없음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정분담금 약정(이하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라 한다)이 기재된 확약서를 교부받으면서 총분담금 198,000,000원인 조합가입계약(이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분담금 및 업무대행비(이하 ‘분담금 등’이라 한다)로 피고에게 합계 99,600,000원을 납부하였다.
라. 피고는 2017. 3. 7.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3. 3. 9.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2. 가정적 의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조합가입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가정적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피고 정관 내지 규약의 정함이나 총회결의가 없는 총유물에 관한 관리 및 처분행위로서 무효이고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납부받은 분담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은, 계약체결 상대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분담금 등을 납입하고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통하여 신축하는 아파트 중 해당 세대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신축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취지는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지, 분담금을 반환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법인사단인 지역주택조합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가입계약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확정분담금 약정은 총회결의 없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 없이 체결된 확정분담금 약정을 무효로 보는 취지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한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추가 분담금을 납부받지 않고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주택건설사업의 재원 부족을 야기하고 안정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여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하는 확정분담금 약정이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가 되고 조합가입계약도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무효가 되었을 때, 확정분담금 약정을 체결한 조합원들이 별다른 시기나 사유의 제한 없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여 납입한 분담금 전액을 반환받아 가는 것을 항상 허용한다면, 지역주택조합은 주택건설사업 재원의 유출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이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을 대체할 조합원을 재모집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담금 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의 재정적 위기를 가져와 주택건설사업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선량한 다수의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확정분담금 약정을 무효로 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원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모순된 결과이다.
따라서 확정분담금 약정에 관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가 결여되었음을 이유로 조합원의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나 취소 주장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확정분담금 약정의 체결 경위와 확정분담금 약정의 내용, 확정분담금 약정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의 경위와 시기 등에 따른 구체적, 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로 인하여 분담금의 반환이 이루어지게 되면 지역주택조합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으로 중대한 주택건설사업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지역주택조합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는 반면,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조합원으로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확정분담금 약정에서 목적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대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필요성이 없거나 크지 않으면서 확정분담금 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일탈하여 오로지 지역주택조합과의 관계를 벗어날 목적으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후인 2017. 3. 7.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3. 3. 9.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아 주택건설사업을 절차대로 추진하고 있으며, 피고가 주택건설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거나 위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 정한 확정분담금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인데, 원고는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한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원고가 목적 달성을 포기하면서 분담금을 회수해야 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이 피고의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취소될 경우 피고로서는 원고를 포함한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이미 납입받은 분담금 등을 반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비용으로 사용될 것이 예정된 나머지 분담금을 납입받지 못하게 되므로, 피고의 재정적 위기가 심화되고 주택건설사업의 실패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더욱이 피고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은 대지면적 17,300㎡, 총세대수 426세대에 달하여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위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조합원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 만약 원고를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한 분담금 반환으로 피고에게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는 신규 조합원을 모집할 수 없는데(주택법 제11조의3 제3항, 주택법 시행령 제22조 제3항, 제1항 본문), 원고는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진 후인 2023. 9. 1.에야 비로소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실질적인 기회마저 갖지 못하였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무렵에는 피고의 추가 분담금 결의가 이루어진 바도 없었으므로, 그 무렵 이 사건 확정분담금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대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필요성이 새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분담금 등을 반환하여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청구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원고는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은 채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의 분담금 등 회수 및 분담금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오로지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총회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확정부담금 약정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까지 무효라고 보거나 원고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담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수 개의 청구가 제1심에서 선택적으로 병합되고 그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대한 인용 판결이 선고되어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 때에는 제1심이 판단하지 아니한 나머지 청구까지도 항소심으로 이심되어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되므로, 항소심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이 하나의 청구는 일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 피고만이 상고하였고,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할 경우, 상고심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외에 나머지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까지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0다25910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1다26290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주위적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였지만, 이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라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중 99,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10. 4.부터 2024. 6.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마용주(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제137조, 제275조, 제276조 제1항 / [2] 민법 제105조, 제275조, 제276조 제1항 / [3] 민법 제2조, 제105조, 제137조, 제275조, 제276조 제1항 / [4] 민사소송법 제253조, 제43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