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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해위증

[대법원 2026-03-19 선고 2024도163 판결]

판시사항


[1]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소송절차의 분리로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현재 법리는 유지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甲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마치 설계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컴퓨터로 조작한 현장사진을 감리단을 통해 공사발주처에 제출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회사 운영자 甲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 다른 공동피고인 甲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甲으로부터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등 甲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甲을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이 문제 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甲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甲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甲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대법원은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2012. 10. 11. 선고 2012도6848, 2012전도143(병합) 판결, 2012. 12. 13. 선고 2010도10028 판결, 2024. 2. 29. 선고 2023도7528 판결 등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이러한 판례 법리를 ‘현재 법리’라 한다).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한 현재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증인’이란 재판절차 등에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146조가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므로,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증인이 될 수 있다.
(나)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가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증언거부권의 보장을 위해 형사소송법 제160조가 ‘재판장은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 이러한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후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그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와 같이 증인적격이 인정되는 피고인이 증인신문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음에도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허위로 진술하였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자기부죄거부특권에 관한 것이거나 그 밖에 증언거부사유가 있는데도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여 그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재판실무는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분명하고 알기 쉽게 고지하는 등 소송지휘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재판실무까지 고려하면, 소송절차 분리를 전제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이 곧바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증언거부권 행사가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 행사가 곤란할 것이라는 우려는, 증인신문이 아닌 피고인신문 등 재판절차의 다른 국면에서 피고인의 침묵으로 말미암아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한 후 다시 소송절차를 병합하여 다른 공동피고인과 함께 심리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등 소송절차가 종국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을 뿐인 경우라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달리 볼 수 없다.
소송절차의 병합 또는 분리는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 검사 측 증명이나 피고인 측 방어의 편의, 공범 사이에서 사건 처리의 형평과 합일적 사실인정 및 양형의 균형 필요성, 그 밖에 구체적인 사건에서 병합 또는 분리 심리의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병합 또는 분리의 선택이나 활용 방법은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0조).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가 단지 형식적·관념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그러한 분리 상태에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는, 실질적으로 소송절차 진행에 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문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공동피고인별로 소송절차를 종국적으로 분리하더라도(처음부터 공범을 분리하여 기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수소법원이 그 사건들을 병행하여 심리한다면 법관의 심증 형성 측면에서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와 특별히 다르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범 사이에서는 해당 범죄사실에 관하여 서로 증인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닌 한 소송절차의 종국적 분리와 일시적 분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현재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마)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마약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과 같이 여럿이 또는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범행을 하였는데 그러한 공모나 범죄 가담 행위에 관한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건에서는 사실상 공범의 진술에 의해서만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적정절차에 따른 신속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고려할 때, 공범들에 대한 소송절차가 병합되어 진행되는 경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하여금 선서한 후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을 받으면서 진술하게 하는 증인신문 방식이, 위증의 벌이라는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데다가 진술거부권으로 인하여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는 피고인신문 방식보다 더 적합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이 신문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신문은 원칙적으로 증거조사 종료 후에 피고인을 상대로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하여(형사소송법 제296조의2 제1항 본문) 해당 피고인의 의견 또는 입장을 밝히게 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해당 피고인이 경험한 사실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가 분리되었더라도 그것이 종국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으로 진술하더라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였다면, 해당 피고인은 그 진술 부분에 관하여서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지위에서 진술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그가 허위진술을 하였더라도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소송절차가 일시적이라도 분리된 이상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로서 별다른 제한 없이 언제나 증인적격이 있고 이에 따라 그가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관하여 한 허위진술에 대하여도 모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2] 甲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마치 설계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컴퓨터로 조작한 현장사진을 감리단을 통해 공사발주처에 제출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회사 운영자 甲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 다른 공동피고인 甲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甲으로부터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등 甲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甲을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이 문제 된 사안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현재 법리는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과 甲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甲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甲을 모해할 목적으로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3. 12. 7. 선고 2023노54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 유무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건설회사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마치 설계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컴퓨터로 조작한 현장사진을 감리단을 통해 공사발주처에 제출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위 회사 운영자 최○○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 최○○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최○○으로부터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등 최○○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최○○을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과 최○○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최○○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최○○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2012. 10. 11. 선고 2012도6848, 2012전도143(병합) 판결, 2012. 12. 13. 선고 2010도10028 판결, 2024. 2. 29. 선고 2023도7528 판결 등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판례 법리(이하 ‘현재 법리’라 한다)를 전제로 한 것인데, 현재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한 현재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증인’이란 재판절차 등에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146조가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므로,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증인이 될 수 있다.
나)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가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증언거부권의 보장을 위해 형사소송법 제160조가 ‘재판장은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 이러한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후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그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와 같이 증인적격이 인정되는 피고인이 증인신문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음에도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허위로 진술하였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자기부죄거부특권에 관한 것이거나 그 밖에 증언거부사유가 있는데도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여 그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보았고(대법원 2010. 1. 21. 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재판실무는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분명하고 알기 쉽게 고지하는 등 소송지휘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재판실무까지 고려하면, 소송절차 분리를 전제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이 곧바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증언거부권 행사가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 행사가 곤란할 것이라는 우려는, 증인신문이 아닌 피고인신문 등 재판절차의 다른 국면에서 피고인의 침묵으로 말미암아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한 후 다시 소송절차를 병합하여 다른 공동피고인과 함께 심리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등 소송절차가 종국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을 뿐인 경우라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달리 볼 수 없다.
소송절차의 병합 또는 분리는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 검사 측 증명이나 피고인 측 방어의 편의, 공범 사이에서 사건 처리의 형평과 합일적 사실인정 및 양형의 균형 필요성, 그 밖에 구체적인 사건에서 병합 또는 분리 심리의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병합 또는 분리의 선택이나 활용 방법은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0조).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가 단지 형식적·관념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그러한 분리 상태에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는, 실질적으로 소송절차 진행에 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문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공동피고인별로 소송절차를 종국적으로 분리하더라도(처음부터 공범을 분리하여 기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수소법원이 그 사건들을 병행하여 심리한다면 법관의 심증 형성 측면에서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와 특별히 다르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범 사이에서는 해당 범죄사실에 관하여 서로 증인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닌 한 소송절차의 종국적 분리와 일시적 분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현재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마)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마약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과 같이 여럿이 또는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범행을 하였는데 그러한 공모나 범죄 가담 행위에 관한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건에서는 사실상 공범의 진술에 의해서만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적정절차에 따른 신속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고려할 때, 공범들에 대한 소송절차가 병합되어 진행되는 경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하여금 선서한 후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을 받으면서 진술하게 하는 증인신문 방식이, 위증의 벌이라는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데다가 진술거부권으로 인하여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는 피고인신문 방식보다 더 적합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이 신문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신문은 원칙적으로 증거조사 종료 후에 피고인을 상대로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하여(형사소송법 제296조의2 제1항 본문) 해당 피고인의 의견 또는 입장을 밝히게 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해당 피고인이 경험한 사실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2) 원심은 현재 법리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최○○을 모해할 목적으로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해위증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이숙연의 보충의견, 그리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가 분리되었더라도 그것이 종국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으로 진술하더라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였다면, 해당 피고인은 그 진술 부분에 관하여서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지위에서 진술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그가 허위진술을 하였더라도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소송절차가 일시적이라도 분리된 이상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로서 별다른 제한 없이 언제나 증인적격이 있고 이에 따라 그가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관하여 한 허위진술에 대하여도 모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증인적격 부정의 논거
1)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는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제1항).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제1항과 같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진술거부권 또는 묵비권은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에서 유래하는 권리로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공판절차나 수사절차에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하여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다. 헌법이 진술거부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핵심적 부분으로서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 데에 있다. 이는 고문 등 폭력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에 의하여서도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2001헌바4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형사소송절차에서 진술거부권은 피고인이 방어권의 주체이자 대등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공소권의 주체인 검사에 대항하여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권리이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부여된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국가적 이익이나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등을 위한 소송실무의 편의를 내세워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의 보호가치를 양보할 수 없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이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2)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증인의 지위는 별개의 것이다. 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의 주체인 당사자로서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으며 증인 등의 신문을 신청하고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94조 제1항, 제161조의2 제1항). 증인은 재판절차 등에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로서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하는 증거신청의 대상이면서 법원의 소송지휘에 따른 증인신문절차의 객체이다(형사소송법 제146조, 제161조의2). 따라서 하나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한 사람이 피고인이면서 동시에 증인인 경우는 성립할 수 없고,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다.
공범으로 같이 기소된 공동피고인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원칙적인 틀은 가급적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법리와 다수의견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기 위하여 취하는 방법은 ‘일시적인 소송절차의 분리’이다. 이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되기만 하면, 해당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당연히 제3자가 된다는 논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도 관철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소송절차의 분리가 종국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만 이루어진 경우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지위가 온전히 제3자로 전환된다거나 공동피고인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되더라도, 그가 증언을 마친 후에는 소송절차가 이내 병합되어 다시 피고인 지위로 돌아와 다른 공동피고인과 함께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한 심리를 받고 판결을 선고받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일시적 분리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가지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형식적이고 관념적인 의미에서 제3자로 만드는 소송상의 기술에 불과하다. 이를 무제한으로 허용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재판실무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기 위하여 절차를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즉, 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 갑과 을이 기소된 사건에서 검사 등의 피고인 갑에 대한 증인신청을 채택하는 경우, 소송기록을 분리함이 없이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이 구두로 ‘피고인 갑을 증인으로 신문하기 위하여 해당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여 심리한다.’는 결정을 고지하고 이어 증인신문을 진행한 다음, ‘피고인 갑에 대한 변론을 병합한다.’는 결정을 구두로 고지하고 그 내용을 공판조서에 기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범인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범죄혐의사실을 동시에 심리해 온 법관이 같은 법정에서 그저 구두로 변론 분리를 선언하면 공동피고인의 지위가 사라져 증인으로서 증언대에 설 수 있고, 증인신문이 끝나면 구두로 변론 병합을 선언하여 다시 공동피고인의 지위를 회복시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어색하고 작위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소송절차의 분리나 병합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소송절차를 진행하는 법원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절차 진행에 내재한 형식성과 관념성이 희석되지는 않는다.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관련된 소송절차의 진행에서는 법원의 재량적 판단 또한 적법절차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
3)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를 일시적으로 분리하여 증인신문을 하는 경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지닌 당사자의 지위와 증인으로서의 지위는 서로 충돌한다. 이러한 두 가지 지위의 충돌은 피고인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형해화한다. 피고인의 지위에서는 진술거부권이 부여되나, 증인의 지위에서는 증언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가지는 피고인으로서의 지위가 증인의 지위보다 우선한다고 보아 진술거부권의 실질을 확보하여야 한다. 적법절차의 요청에 따라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고, 증언 확보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의 필요성을 이유로 쉽사리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증인의 지위에서 부담하는 증언할 의무를 앞세워 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과거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질문에 기억나는 대로 진술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그 의무에 반하여 허위 진술한 피고인을 위증죄로 처벌한다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선서하여 진술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2조 제2항 및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 제1항의 입법 취지나 목적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신문을 받았더라도, 피고인은 적어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유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4) 자유심증주의와의 관계에서 볼 때,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으며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이는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한 유죄의 암시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에 따라,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을 하면서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공동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심판하는 법관의 면전에서 증인으로서 증언하며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었음을 내세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해당 법관에게 사실상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의 하나로서 고려되지 않으리라 단언할 수 없다. 변론이 일시적으로 분리되어 증언을 하게 된 공동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 담당 법관이 자신의 범죄혐의 등에 대한 불리한 심증을 형성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 변론이 분리된 이상 그가 증언하는 동안은 상대방 공동피고인에 대한 재판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담당 법관의 심증도 상대방 공동피고인에 대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로써 그 우려가 불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인의 침묵’이라는 외형에서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나 피고인으로서 피고인신문 등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나 유사한 점이 있지만, 증언거부권 행사의 경우 허위의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됨을 법적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이는 허위의 진술에 대한 제재가 없는 피고인신문과 암시의 정도에서 같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작은 유죄의 암시나 양형의 가중사유라도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심판하는 법관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고,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절차적 방어권이 보호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재판과정에서 기억에 반하여 실제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하면서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해 온 피고인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그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허위의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선택에 따라 증인으로 선서한 이상 위증의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기억나는 대로 진술한다면, 이는 그간의 진술을 뒤집고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는 것이 되어 자기모순에 빠진다. 두 번째 경우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음을 암시하는 것이 되어 담당 법관의 유무죄 심증 형성 또는 양형평가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피고인으로서는 지금까지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진술해 온 것처럼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증언을 일관되게 하는 세 번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그의 증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장받는 피고인으로서의 자기부죄거부특권에 따른 자기방어와 이익을 위한 진술로 평가하여야 한다. 그의 진술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위증죄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 판례도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하여 범죄사실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참조). 이는 오로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관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차원일 뿐, 피고인에게 거짓말할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
5) 다수의견대로 현재 법리를 유지하게 되면, 변호인이 선임 또는 선정되어 있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경우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우려도 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신문의 경우에는 자유롭게 참여하여 법률전문가로서 피고인이 당사자의 지위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이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때 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거나 변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의견을 진술할 수도 있으며, 부당한 신문 방법 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르면, 일시적 변론 분리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신문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는 곧바로 피고인의 지위를 상실하여 이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박탈당하게 된다. 그는 증언대에 홀로 서서 자신의 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노출된 채,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여 진술을 하거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선택하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에게 증언거부권이 부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권리 박탈이 정당화될 수 없다.
6) 일시 분리된 절차에서 증언하게 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주어졌으므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대법원 1987. 7. 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은,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는 결코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권리를 보장한 취지는 아니고, 피고인과 같은 처지의 증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여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전까지는 대법원 1961. 7. 13. 선고 4294형상194 판결에 따라 증인이 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진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기대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그 허위진술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는 법리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음에도, 위 대법원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이 법리가 폐기되었다.
그러나 증언거부권은 ‘위증죄로부터의 온전한 탈출구’가 아니며, 피고인에게 부여된 진술거부권의 대체물이 될 수도 없다. 증인의 증언거부권과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은 둘 다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에서 유래하는 권리이기는 하나 그 취지나 목적, 형사소송절차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수행하는 역할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증인의 증언거부권은 원칙적으로 증언의무가 있는 증인에게 정당한 거부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증언의무를 면하게 하는 예외적 권리이다.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증언거부사유를 소명해야 하며(형사소송법 제150조), 그 소명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또한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증언을 거부한 때에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61조 제1항). 이와 달리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은 그 사유를 묻지 않고 피고인이 진술하거나 침묵하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포괄적 권리이다. 피고인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소명할 필요가 없고 법원이 그 당부를 판단할 수도 없으며, 진술거부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이는, 증인은 형사소송절차의 객체로서 증언의무를 부담하는 자임에 반해, 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의 당사자로서 방어권의 행사를 보장받는 존재라는 근본적인 차이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증인이 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위증죄로부터의 온전한 탈출구’는 증언거부권이 아니라 진술거부권이다. 재판실무에서 증인이 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을 분명하고 알기 쉽게 고지하는 등 소송지휘를 철저히 한다고 하여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좁혀진다고 볼 수 없다.
위 대법원 4294형상194 판결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이 됨으로써 처하게 되는 딜레마, 즉 허위진술을 함으로써 위증죄를 범하든가, 침묵으로써 자기의 범죄사실을 암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기의 범죄사실을 고백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을 냉정히 인식하고, 자신을 비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과 실존적 한계, 법률상 인정된 증언거부권을 현실에서 행사할 때에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사실상의 어려움 등을 깊이 헤아려, 그 허위진술을 ‘벌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현재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7) 형사소송법은 증인신문절차와 별도로 피고인에 대해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피고인신문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96조의2).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법정진술은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 있어 증인으로 신문한 경우와 다를 바 없어 독립한 증거능력도 인정된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917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194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는 것은 피고인신문절차를 통하여 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절차이다. 이때 피고인이 피고인신문에서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별도의 처벌이나 제재를 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소송절차가 분리되기만 하면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조차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단지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되고 그에게 증언거부권이 고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가 허위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하는 길을 열어두려고 한다. 이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거나 침묵을 강제하고 그 침묵을 통해 유무죄 심증 형성 또는 양형평가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태도는 형사소송법이 당초 예정한 범위나 정도를 벗어나 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가지는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게 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증명력 있는 증거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증인신문과 달리 피고인신문절차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 또한 형사소송법이 의도한 것이므로 그 취지를 존중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소송실무의 편의나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국가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보다 방어권의 주체이자 검사에 대한 대등한 당사자로서 피고인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우선하기 위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확보하려면 피고인신문절차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일시적 변론 분리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하여 피고인을 증언대에 세워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 진술하게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위와 같이 의도적으로 설정한 한계를 무시하여 피고인을 형사소송절차의 객체로 전락시킴으로써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뒤집는 결과를 가져온다.
8) 다수의견은 마약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과 같이 여럿이 또는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범행을 하였는데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건에서는 사실상 공범의 진술에 의해서만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적 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가치를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 제12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의 취지와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보장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기본적 인권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진실추구에 대한 가치뿐만 아니라 실존적 한계와 자기 비호의 본성이라는 인간의 존재적 모순에도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므로, 범죄인의 형사처벌을 통한 사회방위의 요청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그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마약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집단범죄의 특성과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피고인의 지위와 증인의 지위가 겹치게 되는 이 사건의 쟁점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의 필요성과 함께 수범자에게 내재하는 불완전성과 모순성이 공존할 수 있는 중립지대로서의 공간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소제기된 범죄에 대한 증명책임은 오로지 검사가 부담하는 것임에도, 다수의견과 같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진실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때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하여금 선서한 후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에 진술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의 부당한 축소나 위증죄를 담보로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불리한 진술을 강요함으로써 검사의 증명책임 부담을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사건도 그러하지만, 일시적 변론 분리를 통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대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 사이에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검사는 그중 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여 나머지 한 사람에 대한 불리한 증거를 얻고자 한다. 피고인에 대한 범죄혐의사실의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검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축소시키는 이러한 변칙적 절차를 통하여 추가적 증거를 획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공판중심주의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9)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부여를 위해 그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실익도 없어졌다.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어 2022. 1. 1.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뿐만 아니라(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서도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언으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공동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내용을 부인한 공동피고인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10) 나아가 피고인의 핵심적 권리인 진술거부권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종국적으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물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거나 장차 피고인이 될 개연성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적어도 그의 현실적·잠재적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서는 증인이 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언급해 둔다. 위 대법원 4294형상194 판결에서 개별적 책임조각사유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허위증언행위에 대하여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을 넘어 그의 증인적격의 존부 문제에 관하여 근본적인 검토를 함으로써, 진술거부권을 포함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피고인이 형사소송절차의 당사자로서 가지는 기본적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실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입법적 조치는 대법원의 기존 태도와 부합하기도 한다. 대법원은 이미 "새마을금고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임직원 또는 청산인이 감독기관의 검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거나 해당 검사원의 질문에 거짓으로 진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 구 새마을금고법(2014. 6. 11. 법률 제127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5조 제2항 제9호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유사한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즉, 대법원은 새마을금고의 임직원이 검사원으로부터 장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규정된 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항에 관한 질문을 받고 거짓 진술을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새마을금고법의 위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러한 경우는 실질적으로 장차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하여금 수사기관 앞에서 자신의 형사책임을 자인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136 판결 참조).
다. 판례 변경의 필요성
이상에서 보았듯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소송절차가 분리된 것만으로는 그가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한 부분에서는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그가 허위진술을 하였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등을 비롯하여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면 공범인 공동피고인도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본 현재 법리는 위와 같은 범위에서 변경되어야 한다.
라. 이 사건의 해결
원심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서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와 같이 증언한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인으로서 공동피고인인 최○○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고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도 여전히 증인의 지위만이 계속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진술이 피고인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진술인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원심판단에는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이숙연의 보충의견
가. 보충의견의 요지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문제는, 실체적 진실발견 및 이를 통한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가치와 자기부죄거부특권 보장을 통한 피고인의 인권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보통 발생한다. 실체적 진실발견,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 등 재판절차의 필요성에 따라 소송절차 분리 및 증언거부권 보장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다만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되어 자신의 범죄혐의와도 관련된 사실에 관해 증언해야 하는 경우의 딜레마를 지적하는 반대의견의 우려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이에 본 보충의견에서는 반대의견의 한계를 지적하고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서는 국면을 더욱 상세히 검토함으로써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는 한편, 현재 법리를 변경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문제점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재판실무 운용에서 유의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 정비·보완되어야 할 제도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나. 반대의견의 한계
반대의견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소송절차 안에서 증인이 됨으로써 처하게 되는 상황을 주로 언급하면서 현재 법리에 따를 때 우려되는 사항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의 논리에는 다음과 같이 분명한 한계가 있다.
1) 반대의견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상황에서 그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하였다면 그는 여전히 피고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으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한 부분’만 증인적격을 부정한다면, 하나의 증인신문절차 내에서 개별 진술마다 자기 범죄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유무에 따라 증인적격이 달라지는 것인데,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 더욱이 공동피고인들이 공범으로 기소된 이상 서로의 범죄혐의사실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그 진술 내용이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판가름하기 어려우므로, 증인채택·신문 단계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과연 증인적격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2) 검사는 기소 단계에서의 여러 우연한 사정이나 피의자들의 개별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공범들을 함께 기소하지 못할 수 있는데, 공범들을 분리하여 기소하거나 기소 후 공동피고인별로 소송절차를 종국적으로 분리하면 공범 사이에도 증인적격이 있지만 기소 후 소송절차를 일시적으로 분리하면 공범 사이에 증인적격이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검사는 처음부터 공범을 함께 기소할 수 있음에도 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분리 기소한 후 증인신문을 거친 다음 소송절차 병합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에 따른 실제 병합 여부와 관계없이,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의 침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공범 사이에 합일적 사실인정 및 양형의 균형 등 사건 처리의 형평을 저해하는 결과만 낳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 재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3) 나아가 반대의견은 형사소송에서 실체적 진실발견이 가지는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은 상호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형사사법 정의를 지탱하는 두 축으로서 어느 하나가 다른 것에 우선한다고 할 수 없다. 이 두 가치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형사소송의 이념과 목적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다수의견이 언급한 것처럼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 및 증언거부권과 관련하여 재판실무는 대법원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 따라 공동피고인인 증인의 절차적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당사자들, 특히 공범으로 기소된 공동피고인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형사사건일수록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법원의 책무가 더욱 강조됨에도, 피고인의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할 경우에는 다른 공동피고인의 정당한 절차적 권리 보장 및 실체적 진실발견 기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 소송절차 분리 및 증언거부권 보장을 전제로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하는 현재 법리는 공동피고인들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제도화한 결실로서 그 유용성을 긍정할 수 있다.
4) 현재 법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오면서 적정한 소송지휘를 통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증언거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판실무가 정착된 상황에서, 이를 폐기함으로써 반대의견이 기대하는 실무상의 변화나 그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다. 앞서 본 것처럼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를 통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되고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진술한 경우에만 증인적격을 부정하는 반대의견의 결론은 ‘공범에 대한 분리 기소(및 사후적 병합)’라는 대체 수단 등으로 비교적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축적된 판례와 실무를 통해 확립된 현재 법리를 변경하여 혼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고,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의 충돌이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재판실무를 보완하거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면서도 피고인에게 부여된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적절한 대응이다.
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서는 다양한 국면의 검토
1) 소송절차를 일시적으로 분리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것이라면 자기부죄거부특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역시 이러한 내용의 증인신문이 자기부죄거부특권에 반한다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
2) 실무적으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다른 공동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에서,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검사가 범행을 자백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법원이 일시적 소송절차 분리를 통해 그를 신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피고인이라면 이미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내려놓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를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하더라도 자기부죄거부특권 침해 문제는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피고인의 ‘자기부죄’ 진술이 아니라 ‘다른 공동피고인에게 죄가 있다.’는 진술이고, 이에 관하여 검사는 범행을 자백하는 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함으로써 증명력 높은 증언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경우의 증인신문은 사건의 실체 등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증인으로 선서한 후 증언하고자 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적극적인 진술의 기회를, 다른 공동피고인에게는 효과적인 반대신문을 통해 그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각각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컨대, 다수의견이 제시한 유형의 사건뿐만 아니라 공동피고인들 사이에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가 있어 이른바 대향적 공범관계인 사건에서 공동피고인 중 한 명은 뇌물 공여 사실을 자백하고 다른 공동피고인은 뇌물 수수 사실을 부인하는 등으로 진술이 엇갈려 실체적 진실발견이 곤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 자신이 한 진술의 증명력을 높이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자발적·적극적으로 증인신문 방식을 통한 진술 기회를 부여받고자 하는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고, 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한다고 하여 그에게 부여된 자기부죄거부특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의 선례와 다수의견의 논거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한편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 개정되면서 검사가 작성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할 수 없게 되었고, 다른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게 됨에 따라 검사나 다른 공동피고인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또한 2007. 6. 1.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고인의 형사소송절차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강조되어, 그 전까지는 피고인신문이 증거조사 전에 이루어지던 것과 달리 피고인신문은 원칙적으로 증거조사가 모두 끝난 후 형사소송법 제302조에 따른 검사의 의견진술 전에 해당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증거조사 완료 후 이루어지는 피고인신문은 증거조사 후에도 불명확한 부분, 증거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과 피고인의 기존 주장과의 차이, 증거조사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은 피고인의 행적, 증거조사 결과에 대한 피고인의 견해(증거조사 이후 피고인의 주장 변화 여부) 등을 물어 피고인의 의견 또는 입장을 밝히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상황에서 증인신문이 아닌 피고인신문만 가능하다고 하면, 오히려 형사소송법이 당초 예정한 피고인신문절차의 성격과 범위를 벗어나서 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거방법으로 취급함으로써 사실상 형사소송절차의 객체나 대상으로 삼는 것일 수 있다.
피고인으로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증인으로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거짓으로 없는 죄책을 꾸며내는 진술은 자기부죄거부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이 부분 증언에 대해서는 위증죄가 성립한다. 자기부죄거부특권이 피고인에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타인을 모해하는 위증을 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모해의 상대방인 공동피고인으로서는 효과적인 반대신문을 통해 그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방어권 행사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 긴요하고, 그것이 형사소송절차의 당사자로서 부당한 형사처벌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3) 다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에는 그가 위증죄의 처벌을 고지받았다거나 증인선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종전 진술을 번복하여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그가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다 하여도 마찬가지라는 반대의견의 주장에는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다. 특히 자신의 범행을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고 증인의 증언거부권 행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재의 재판실무에 비추어 이미 대법원 86도1724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폐기된 대법원 4294형상194 판결의 기대가능성 법리를 되살릴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한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한 경우에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진술 부분의 위증죄 성립 여부는 증언의 전체적인 맥락과 증언 당시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4)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들을 공범으로 기소한 후 그중 한 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청하는 검사의 행위는, 공소사실의 증명이나 실체적 진실발견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 반면 위증죄를 빌미로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거나 침묵을 강제함으로써 법관의 부정적 심증 형성을 도모하고 허위진술을 차후 위증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이는 우리 형사사법이 목적으로 삼고 있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취지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다른 공동피고인으로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듣고자 하는 의도 또는 그가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고인으로서 한 진술 중 자신과 관련된 부분을 반박하려는 의도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할 유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이미 그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더욱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진술 부분이 공동피고인들의 공통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증인신청은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되어 자신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실에 관해 증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재판실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라. 바람직한 재판실무 운용 방안
현재 법리하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 침해가 문제 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고 자기부죄거부특권과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판실무 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1)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상대로 그의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묻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는 위증죄 처벌 가능성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을 압박하여 전향적 자백을 획득함으로써 그에 대한 공소사실, 나아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증명하거나 위증죄라는 새로운 범행을 인지할 의도 등으로 증인신문을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유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2) 법원은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이 절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수의견이 이미 밝힌 것처럼 현재 재판실무는 증언거부권을 분명하고 알기 쉽게 고지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지만,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 방식을 통해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신청·채택되는 경우라면 이를 더욱 충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이미 동일한 수소법원에서 자신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그의 진술이나 침묵이 법원의 판단에 미칠 영향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의 진술이나 침묵이 진행 중인 그의 재판에는 영향이 없음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막연한 우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여 증언거부권 행사에 장애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증인신문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공동피고인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피고인신문을 할 것인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그 변호인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함으로써 자기부죄거부특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3) 또한 법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그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그에게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되어 일시적으로 소송절차가 분리되었다는 사정 자체가 일단은 증언거부사유의 소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을 다시금 고지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별도의 피고인신문절차를 통하여 답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단순히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위증죄의 부담 없이 진술하거나 침묵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진정한 의사에 따라 스스로 진술하거나 침묵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에게 부여된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마. 변호인 조력의 필요성
1) 현재 법리에 따르면 변호인이 선임 또는 선정되어 있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견의 비판도 새겨들을 지점이 있다.
2) 형사소송절차의 주체 내지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인 증인은 증거조사의 대상이면서 절차참여자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 그에 대하여 피고인과 동일하게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형사재판의 증인은 스스로 체험한 사실을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면 될 뿐인데, 변호인이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체험 사실 그대로의 기억이 혼선 또는 각색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이 증언 태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원활한 증거조사가 방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3) 그러나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본래 피고인의 지위에서 변호인 옆에 착석하여 그의 법률적 조언을 수시로 얻고 이로써 방어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었다면, 비록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되어 증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는 일정한 범위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인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에 대하여 진행 중인 사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을 가진 공범인 공동피고인으로서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언제, 어느 정도까지 진술해야 하는지 또는 침묵하여도 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증언을 거부하려면 그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그가 자신에게 보장된 증언거부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현행법상으로는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에 의해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신청·채택되고 실제로 증인신문에까지 나아가는 경우 그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향후 그에게 적어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 및 정상 등과 관련된 신문에 관하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증언거부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된다면,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바. 이 사건의 해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자백하면서도 소송절차 분리 후 공동피고인 최○○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과 달리 최○○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함으로써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이미 내려놓은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에 대한 증인채택과 소송절차 분리, 증인선서 및 증언거부권 고지 절차에서도 어떠한 위법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의 허위증언이 비록 자신에 대한 양형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자기부죄거부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반대의견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고려해 보아도 피고인에게 부여된 자기부죄거부특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가. 보충의견의 요지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다.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증인의 지위는 별개의 것임에도, 다수의견에 따르면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하나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 지위에 있었다가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로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증언의무를 부담하는 증인이 되었다가, 곧 소송절차가 병합되어 다시 피고인 지위로 돌아와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관한 심리를 받고 판결을 선고받아야 하는 이중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지위로 인해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지닌 당사자의 지위와 증인의 지위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되면 피고인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쉽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진술거부권과 절차적 권리 보장은 더욱 충실하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본 보충의견에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이숙연의 보충의견(이하 ‘다수보충의견’이라 한다)이 제시하는 재판실무 운용 방안과 제도 정비만으로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절차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현재 법리를 변경할 필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기로 한다.
나. 다수보충의견의 한계
다수보충의견은 현재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자제되어야 한다거나, 자신에 대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상대로 그의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묻기 위한 방법으로 그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다수보충의견의 이러한 입장이 법리의 선언은 아닐진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신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무엇으로 담보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심 법관에게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이러한 권고 또는 지도로써 수소법원의 증인신청 채부에 관한 재량을 사실상 제한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에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민감한 형사소송절차를 적법절차에 맞게 합헌적으로 규율하는 적정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즉, 다수보충의견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에 내포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법리에 관한 근본적인 답변은 회피한 채 모호하고 유보적인 결론으로 ‘바람직한 재판실무 운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보충의견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과 관련하여 반대의견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실무 운용의 미를 내세워 사실심 법관을 계도할 것이 아니라 그릇된 절차 진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리를 선언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적정절차’가 적법절차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으로서도 다수보충의견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재판실무 운용 방안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할 것인지, 피고인신문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수소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수보충의견이 바람직한 재판실무 운용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하여 개별 수소법원으로 하여금 이러한 방식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다수보충의견이 제시하는 방향과 결론은 규범력과 실효성을 가진 법리가 아니기에, 공동피고인이 같이 공범으로 기소된 개별 재판마다 위와 같은 실무 운용 방안을 따를지 여부에서 상당한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재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인신청의 채부는 형사재판절차에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린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명확한 법리로 실무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도모하여 재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건 쟁점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절차에 관한 것임에도, 법관과 검사 등 실무자들의 선의와 배려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대법원이 취할 것이 못 된다. 다수보충의견은, 실체적 진실발견의 추구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형사사법 정의의 한 축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문제에 발생한 중대한 흠결을 외면한 채 이를 실무 운용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진술거부권과 자기부죄거부특권이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
다수보충의견과 같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해서는 증인신문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해서는 증인신문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것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형사소송절차 내에서 피고인의 지위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진술거부권은 방어권의 주체이자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에게 부여되는 헌법상의 권리이고, 이를 보장할 필요성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자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반대의견이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만 분리된 경우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관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부정하자는 결론에 이른 것 또한, 이 경우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석에 서더라도 여전히 피고인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 가지는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게 되는 동기는 다양하다. 단지 그동안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인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 그중에는 피고인의 복합적인 내심의 의사도 그 진술 경위에 영향을 미친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였더라도 양형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한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형을 감경하기 위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일부 사실에 대해서만 허위의 진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단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이유로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내려놓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형사소송절차는 계속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역동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자백 여부는 사실심의 공판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다. 제1심에서 자백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다투는 사례는 상당히 흔하다. 그러한 선택은 피고인이 갖는 고유의 권리이다. 그럼에도 단지 증인신청 당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에게는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도 증인적격을 인정하여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보충의견의 입장은, 그 이후에 피고인이 태도를 바꾸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과 모순 없이 설명될 수 없다. 다수보충의견은 형사소송절차의 이러한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지점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증인으로 진술하게 된 상황에서 자기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적법절차의 관점에서, 증언거부권의 부여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여전히 인정하여 증인적격을 부정할 것인가에 있다. 다수보충의견은 여기서 문제 되는 부분은 피고인의 ‘자기부죄’ 진술이 아니라 ‘다른 공동피고인에게 죄가 있다.’는 진술이라고 하면서, 두 가지가 분리 가능한 것처럼 전제하여, 전자는 진술거부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처럼 ‘자기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진술’이 ‘자기부죄’ 진술과 ‘다른 공동피고인에게 죄가 있다.’는 진술로 분리 가능한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범죄혐의사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신문이 갖는 의미 변화와 그 방향성
2020. 2. 4.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서, 검사가 작성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거나 다른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게 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한 2007. 6. 1.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의 당사자 지위를 강조하면서 피고인신문을 원칙적으로 증거조사 종료 후 검사의 의견진술 전에 하도록 자리매김한 것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다수보충의견은 이러한 개정에 따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신문으로는 더 이상 유력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증명력 있는 피고인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검사나 다른 공동피고인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방향성은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당사자로서 지위를 강화하고, 그가 증거조사의 객체가 되는 상황을 억제하는 데에 있음에도, 과연 위와 같은 다수보충의견이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반대의견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일시적 변론 분리를 통한 증인신문 대신 피고인신문을 제안하는 것은 후자가 전자보다 우월한 증명방법이어서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견은,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따라 유력한 증거확보를 포기하더라도 자기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증인으로 세워 증거조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억제하고, 부족하나마 피고인신문을 활용하는 것이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조치라는 취지이다.
마.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절차에 내재된 위험성과 불완전성
증인신문은 그 특성상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갈지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서로의 범죄혐의사실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공범인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그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된다고 할 것이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에만 관련된 부분으로 국한하여 질문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변호인의 조력 없이 홀로 증인신문에 임하는 피고인에게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을 명확히 구분하여 답변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진술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종국적으로는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진술인 경우도 많다. 이러한 증인신문에 내재된 불완전성에 따른 위험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반대의견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에도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언제나 인정하는 현재 법리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에 따를 때,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신청된 경우 수소법원으로서는 신청된 신문사항이 해당 공동피고인의 혐의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채택할 수 있다.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증인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에만 관련된 부분으로 국한하여 질문이 이루어지도록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였음에도, 증인신문절차에 내재한 위와 같은 불완전성으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자신의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증언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이 부분 진술에 한정하여 증인적격을 부정하고 이 진술로 말미암아 위증죄로 기소되어 처벌되는 상황을 허용하지 말자는 것이 반대의견의 입장이다. 그 진술 내용이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것인지 명확하게 판가름할 수 없다면, 그가 그 진술을 빌미로 위증죄로 기소되었을 때에는 그 증인적격을 부정함으로써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보충의견에 따르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은 자제되어야 하나, 결국 실체적 진실발견 등 재판절차의 필요성에 따라 증인신문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보충의견의 논리로는 검사가 공모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실체적 진실발견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공동피고인들을 공범으로 무리하게 기소하고, 그중 일부의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가, 판결에서 그 증언의 신빙성이 배척되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증명에 실패하게 되면, ‘위증죄 기소’라는 수단으로 증언을 한 공동피고인을 보복하거나 압박할 가능성을 제어할 수 없다. 증인신문 이후 최종 판결에서 증언의 신빙성이 배척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위증죄로 기소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피고인이 증언대에 홀로 서서 느끼는 압박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사실심 법관이 아무리 노력하여 다수보충의견이 권유하는 바람직한 재판실무 운용 방안에 따르더라도, 자기 범죄혐의와 관련된 공동피고인의 증언의 신빙성이 판결에서 배척되었다는 이유로 검사가 그 공동피고인을 위증죄로 기소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에도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증인적격을 인정하자는 것은, 결국 실체적 진실발견만을 앞세워 하나의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자기부죄거부특권의 침해’와 ‘위증죄 처벌’이라는 이중의 위험을 안기는 것과 다름없다.
이 사건 피고인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일 수 있다. 검사는 공무부장인 피고인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는 상태임에도 다른 공동피고인인 최○○이 현장사진의 조작을 지시하는 등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두 사람을 함께 공모자로 기소하였고, 최○○이 공모사실을 부인하자 자백하는 피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최○○의 공모사실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사후적으로 피고인에게는 유죄가 선고되고, 피고인의 증언의 신빙성이 배척되어 최○○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사는 피고인을 모해위증죄로 기소하였다. 자신의 범죄사실에 관한 유리한 정상 참작을 위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한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것이기는 하나, 모순적 처지에 놓인 공동피고인으로서 여전히 진술거부권과 절차적 권리의 본질을 보장받아야 하는 형사절차의 원칙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함에도, 자기혐의에 대한 거짓진술을 이유로 그를 위증죄로 다시 처벌하는 것은 위 원칙과 모순되어 적법절차의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를 들어 그에게 적극적으로 타인을 모해하는 위증을 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형사절차의 근본 원칙과 도덕률을 혼동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사건의 이러한 배경과 절차진행을 보건대, ‘현재 법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오면서 적정한 소송지휘를 통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판실무가 정착되었다.’고 하는 다수보충의견이 어떠한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바.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와 분리 기소의 차이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위해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만 분리된 경우에는 그 증인신문이 끝나면 곧바로 소송절차 병합이 예정되어 있어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지위가 온전히 제3자로 전환된다거나 공동피고인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공범이 처음부터 분리 기소되어 서로 다른 수소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범죄혐의사실을 심리하는 수소법원이 다르고, 증인신문을 한 법관이 그 증인의 공소사실에 관한 심리를 하고 판결을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수소법원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증인의 지위가 겹쳐 ‘이중적 지위’가 발생하는 상황이 없다. 즉, 소송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와 처음부터 분리 기소되어 서로 다른 수소법원에 의해 심리가 진행된 경우는 증인신문 당시 피고인 지위의 견고함이나 자신의 공소사실을 심판하는 법관에게 미칠 불리한 심증 형성에 대한 우려 등이 다르다.
한편 다수보충의견은 검사의 공범에 대한 분리 기소 후 사후적 병합이라는 대체 수단 또는 편법 등으로 반대의견의 결론이 비교적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를 통제하거나 견제하는 것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이자 임무라 할 것인데, 검사의 부적절한 소송 기술이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 등이 우려된다는 명목으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할 형사소송절차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공범에 대한 분리 기소 후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각각의 사건을 사후적으로 병합할지 여부는 수소법원의 재량사항인데, 이 부분이야말로 수소법원에서 검사의 사후적 병합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실무를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로 수소법원 입장에서도 증인신문절차까지 마친 사건을 공동피고인에 대한 다른 사건과 뒤늦게 병합하는 것은 소송지연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있어 이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부분의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 형사정책적 후속 조치의 필요성
공동피고인들이 이른바 대향적 공범관계인 경우 반대의견에 따르면 실체적 진실발견 등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법리가 변경되어 새로운 실무가 정립된다면, 수사기관은 객관적 증거 없이 증뢰자 등 수사협조자의 진술만으로 안일하게 기소하는 기존의 행태를 버리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수사기법과 대향범에 적합한 증명방법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 형사사법절차에서 수사기관이 뇌물죄 등의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증뢰자에 대하여 확보한 정보를 통해 그의 여러 약점과 이해관계를 이용하여 그를 압박하거나 회유함으로써 뇌물을 제공하였다는 자백 진술을 얻어내고, 이 진술만에 기대어 수뢰자와 증뢰자를 공범으로 기소한 다음, 공범인 공동피고인인 증뢰자를 증인으로 신문하여 혐의를 부인하는 수뢰자에 대한 증거로 삼아 온 폐단이 없었다 할 수 없다. 뇌물죄 등 대향적 공범관계에서 수사기관이 간접증거 등을 포함하여 여러 다른 증거들을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수사협조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기소하는 이러한 행태는, 증뢰자의 자백 진술을 사실상 강요하는 수사기법을 용인하는 것이 될 수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수사협조자의 진술만을 유일한 증거로 하여 수뢰죄 등 대향범을 유죄로 인정하는 영역 또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이러한 실무가 자리 잡기 전까지 일부 처벌의 공백이 생길 수는 있으나, 이러한 처벌의 공백 등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한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여서는 안 된다. 중대범죄에서 수사협조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 어떻게 대향적 공범의 공소사실을 증명할 것인지는 형사정책적 과제로 남겨놓아야 한다. 사법부가 이를 염려하여 피고인의 자기부죄거부특권의 가치를 양보하거나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주심)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이숙연 마용주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2항, 형법 제30조, 제152조, 형사소송법 제146조, 제148조, 제150조, 제160조, 제161조 제1항, 제161조의2, 제283조의2, 제294조 제1항, 제296조의2, 제300조, 제308조, 제312조 제1항, 제3항 / [2] 형법 제30조, 제152조 제2항

참조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