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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대법원 2026-04-0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판시사항


[1]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취지 및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의 효력(무효) / 민법 제1070조 제1항에서 정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 및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민법 제1070조 제1항에서 정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1]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이다.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민법 제1066조 내지 제1069조에서 정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며,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70조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서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유언자의 주관적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언자가 처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유언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이나 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이나 발음기관에 나타난 장애의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성명, 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여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가능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판례내용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은행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0. 31. 선고 2023나7458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관련 법리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이다.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민법 제1066조 내지 제1069조에서 정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며,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70조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참조). 나아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에서 유언자의 진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유언자의 주관적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까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허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참조).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언자가 처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유언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이나 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이나 발음기관에 나타난 장애의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성명, 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여부, 제3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가능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판시 영상에는 망인이 연월일을 구술하거나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것이 녹음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망인(1966년생)은 가족관계증명서에 부 소외 2(1972. 4. 6. 사망), 모 소외 3(2009. 4. 5. 사망)의 딸로 기재되어 있다. 망 소외 3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소외 4, 소외 5, 소외 6과 더불어 망인이 자녀로 등재되어 있다. 망인은 사망 당시 법률상 배우자나 자녀가 없었다.
2) 원고의 부친은 소외 7, 모친은 소외 8이다. 원고는, 망인이 소외 8의 소생임에도 망인의 부친 소외 2의 법률상 배우자인 망 소외 3의 자녀로 등재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3) 망인은 2021. 4. 중순경 지병인 폐암이 급격히 악화되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였다. 망인은 입원 중이던 2021. 4. 22.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말기 진정을 요구하였다.
4) 망인은 2021. 4. 23. 증인 소외 9, 소외 10 및 수증자 원고가 입회한 가운데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을 비롯한 3건의 예금채권과 주거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자신의 재산 전부를 원고에게 증여한다는 취지를 구수하였고, 증인 소외 10이 이를 필기한 다음 다시 낭독하였다. 당시 변호사인 증인 소외 9가 유언 과정을 녹화하였는데, 녹화된 영상에 따르면 망인은 병실 침대에 산소호흡기를 낀 채 힘없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왼팔에는 압박용 보조기구를 착용한 상태로 양 손등에 상당한 멍이 든 모습이었으며, 산소호흡기 외에도 다른 의료기기가 망인을 연결한 전선과 함께 주변에 설치되어 있었다. 망인은 숨쉬기 힘든 상태에서 상당히 어눌한 발음으로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 관련 계좌번호 등을 겨우 말할 수 있었다. 또한 호흡곤란 및 전반적 신체상태 저하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계속하여 말할 수 없었고, 일부 예금채권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은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액수 등의 세부사항을 기억해 내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5) 망인은 입원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로부터 사흘 후인 2021. 4. 26. 03:09경 사망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유언장에 따른 유언이 있은 날부터 7일 후인 2021. 4. 29. 서울가정법원(2021느단2056)에 유언의 검인을 신청하였고, 2021. 9. 30. 법원은 이를 인용하였다. 위 사건에서 망인의 상속인들인 소외 4, 소외 5, 소외 6에게 심판청구서가 송달되었으나, 상속인들은 심문기일에 출석하거나 이 사건 유언장 내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6) 원고는 이 사건 유언장에 기재된 망인의 재산 중 하나인 이 사건 예금채권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망인의 계좌에 예치된 96,005,752원을 구하였으나, 피고가 그 지급을 거부하자 2022. 8. 2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판시 영상에 대하여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녹음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만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이 사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이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망인은 2012년경부터 폐암에 대한 항암치료 등을 받은 바 있고, 2021. 4. 14. 폐암 말기 및 만성호흡부전 상태에서 호흡곤란, 폐렴 및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하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은 입원치료 과정에서 항생제 투여 및 산소공급 등의 치료를 받았으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2021. 4. 17. 담당의사로부터 예후가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이 사건 유언 전날인 2021. 4. 22. 연명의료계획서(심폐소생술 및 기관삽관 금지 등)를 작성하였다. 담당 의료진은 같은 날 망인의 요청에 따라 말기 완화 진정을 위하여 미다졸람을 투여하였다. 이는 임종이 임박한 말기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여 의식을 저하시킴으로써, 마약성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망인은 그다음 날 이 사건 유언을 하였고, 그로부터 3일 후에 사망하였는데,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이 폐렴으로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유언 당시 망인은 폐암 말기 및 폐렴 등으로 인한 통증과 그에 따른 완화 진정제의 투여로 신체상태가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산소호흡기 및 여러 의료기구의 착용 등으로 거동이 어려웠고, 호흡곤란 증상으로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에서 정상적인 발음에 장애가 있었으며, 자유롭게 계속적으로 말을 하는 것 또한 곤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당시 망인이 제3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유언의 취지를 자필증서로 작성하거나, 육성을 녹음하여 주도적으로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고 보인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이환되어 격리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이 사건 유언일로부터 3일 후에 사망한 사정을 고려하면, 그 외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 또한 가능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유언 당시 망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이와 달리 원심은 소외 9가 녹화한 판시 영상에서 망인이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을 들어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유언의 취지를 증인에게 구수로써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자는 구수 당시 의사능력을 갖춘 상태일 것이 요구되는데(민법 제1063조 제1항 참조), 유언자가 유언의 목적인 재산의 내역 등 유언의 취지에 관한 일부 세부사항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수할 수 있었다는 사정은 당시 유언자가 의사능력을 갖추고 유효한 구수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정에 불과하다. 망인은 유언의 목적인 3건의 예금채권 중 2건의 계좌번호만을 기억에 의존하여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망인이 유언 당시 의식이 또렷하여 유언을 위한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사정일지언정, 앞서 본 망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들어 망인이 스스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육성으로 녹음하여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유언의 요식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이유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판단할 때 그러한 취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유언자의 건강 상태 등으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가 있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는 과정에서 유언자의 의사능력 유무나 ‘유언취지의 구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에 대비하여 녹음이나 녹화 등의 보조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사건 유언 당시 증인 소외 9가 망인의 구수 과정을 녹화한 것은 이러한 취지에서 그 법적 효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보조수단으로 이루어진 녹음 또는 녹화물에 나타나는 유언자의 모습이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인지하고 말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여 바로 구수증서 외에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들까지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여 본 다음 이 사건 유언장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유언장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수증서의 보충성 내지 유언의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

참조조문

[1] 민법 제1065조, 제1066조, 제1067조, 제1068조, 제1069조, 제1070조 제1항 / [2] 민법 제1070조 제1항

참조판례

[1]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공1999하
[1]2015)
[1]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