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농업협동조합 정관의 법적 성질(=자치법규) 및 정관에서 제명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경우, 조합원의 비위행위가 제명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 및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징계처분을 한 경우,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러한 법리는 징계의 성격을 갖는 제명결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甲이 乙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직원을 6회에 걸쳐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는데, 乙 농업협동조합이 위 행위가 정관에서 제명사유로 정하고 있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甲에 대하여 제명결의를 한 사안에서,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2]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 및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징계처분을 한 경우,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러한 법리는 징계의 성격을 갖는 제명결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甲이 乙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직원을 6회에 걸쳐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는데, 乙 농업협동조합이 위 행위가 정관에서 제명사유로 정하고 있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甲에 대하여 제명결의를 한 사안에서,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례내용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도근)
【피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광재)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4. 2. 14. 선고 2023나232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경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의 조합원으로서 2010. 10. 1.부터 2019. 7. 31.까지 피고의 조합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2019. 2.경부터 2019. 7.경까지 피고 동면지소에서 근무하던 20대의 여성 피해자를 6회에 걸쳐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라는 범죄사실(이하 ‘대상 행위’라 한다)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고(광주지방법원 2021노1612호), 위 판결은 2021. 8. 26. 확정되었다.
다. 피고 정관(이하 ‘이 사건 정관’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4호(이하 ‘쟁점 조항’이라 한다)는 조합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하고 있고, 제39조는 조합원의 제명은 총회의 특별결의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라. 피고는 2022. 1. 28. 대상 행위가 쟁점 조항에서 정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제명결의(이하 ‘이 사건 제명결의’라 한다)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대상 행위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비위행위일 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② 쟁점 조항의 제명사유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는데 대상 행위는 피고의 ‘경제적 신용’을 잃게 한 경우로 볼 수 없으며, ③ 원고를 제명하는 것이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거나 최종적인 수단으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명결의는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농업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이므로 내부 운영에는 조합 정관 및 다수결에 따른 자치가 보장되고, 그 정관은 조합의 조직, 활동,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이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5060 판결,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4두13225 판결 취지 참조). 조합원에 대한 제명은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만 인정되어야 하지만, 조합 내부의 자치법규인 정관에서 제명 절차를 정한 취지 역시 존중되어야 하므로 조합원의 어떤 비위행위가 제명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정관 규정의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 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08313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868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징계의 성격을 갖는 제명결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1) 농업협동조합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전문), 이 사건 정관 역시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 농업협동조합법 제30조 제1항은 제명사유로 조합원이 ‘1년 이상 지역농협의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2년 이상 경제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출자 및 경비의 납입, 그 밖의 지역농협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외에 ‘정관으로 금지한 행위를 한 경우’를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정관은 쟁점 조항을 두어 제명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협동조합법과 이 사건 정관의 내용에 비추어, 피고의 존립 목적은 경제적 이익이나 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역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지위 향상에 있으므로, 조합의 존립 및 유지에 필수적인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목적에 저해되는 행위도 제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쟁점 조항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하였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정관에는 신용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고,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신용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원고가 대상 행위를 함으로써 피고의 신용을 잃게 하였다면, 피고의 경제적 신용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제명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일반적으로 대표자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단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직결되는 특성이 있다. 대상 행위는 원고가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을 여섯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로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형사사건 경과는 일간지에 피고의 명칭과 함께 보도되었고, 피고는 원고의 제1심 법정구속 및 조합장직 사임 때문에 조합장 보궐선거를 진행하여야 했다. 이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하는 행위이므로 쟁점 조항에서 정한 제명사유에 해당한다.
4) 피고는 2022. 1. 28. 정기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조합원 제명 의안을 상정하였고, 참석 대의원 51명(조합장 제외, 전체 대의원 61명) 중 48명이 의결에 참여하여 그중 37명의 찬성으로 이 사건 제명결의가 이루어졌다. 조합원 제명과 같은 피고의 내부 운영은 이 사건 정관 및 다수결에 따른 자치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량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대상 행위는 현직 조합장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며, 피고의 업무 처리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사회적 평가와 신용을 현저하게 저하시켜 단체의 존립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제명결의에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명사유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제명결의의 무효확인 청구와 취소 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고 있다. 제명결의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취소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신숙희
【피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광재)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4. 2. 14. 선고 2023나232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경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의 조합원으로서 2010. 10. 1.부터 2019. 7. 31.까지 피고의 조합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2019. 2.경부터 2019. 7.경까지 피고 동면지소에서 근무하던 20대의 여성 피해자를 6회에 걸쳐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라는 범죄사실(이하 ‘대상 행위’라 한다)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고(광주지방법원 2021노1612호), 위 판결은 2021. 8. 26. 확정되었다.
다. 피고 정관(이하 ‘이 사건 정관’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4호(이하 ‘쟁점 조항’이라 한다)는 조합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하고 있고, 제39조는 조합원의 제명은 총회의 특별결의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라. 피고는 2022. 1. 28. 대상 행위가 쟁점 조항에서 정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제명결의(이하 ‘이 사건 제명결의’라 한다)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대상 행위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비위행위일 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② 쟁점 조항의 제명사유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는데 대상 행위는 피고의 ‘경제적 신용’을 잃게 한 경우로 볼 수 없으며, ③ 원고를 제명하는 것이 조합원의 공동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거나 최종적인 수단으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명결의는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농업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이므로 내부 운영에는 조합 정관 및 다수결에 따른 자치가 보장되고, 그 정관은 조합의 조직, 활동,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이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5060 판결,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4두13225 판결 취지 참조). 조합원에 대한 제명은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만 인정되어야 하지만, 조합 내부의 자치법규인 정관에서 제명 절차를 정한 취지 역시 존중되어야 하므로 조합원의 어떤 비위행위가 제명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정관 규정의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 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08313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868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징계의 성격을 갖는 제명결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1) 농업협동조합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전문), 이 사건 정관 역시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 농업협동조합법 제30조 제1항은 제명사유로 조합원이 ‘1년 이상 지역농협의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2년 이상 경제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출자 및 경비의 납입, 그 밖의 지역농협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외에 ‘정관으로 금지한 행위를 한 경우’를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정관은 쟁점 조항을 두어 제명사유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협동조합법과 이 사건 정관의 내용에 비추어, 피고의 존립 목적은 경제적 이익이나 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역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지위 향상에 있으므로, 조합의 존립 및 유지에 필수적인 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목적에 저해되는 행위도 제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쟁점 조항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하였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정관에는 신용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고,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신용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원고가 대상 행위를 함으로써 피고의 신용을 잃게 하였다면, 피고의 경제적 신용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제명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3) 일반적으로 대표자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단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직결되는 특성이 있다. 대상 행위는 원고가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을 여섯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로 금고형 이상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형사사건 경과는 일간지에 피고의 명칭과 함께 보도되었고, 피고는 원고의 제1심 법정구속 및 조합장직 사임 때문에 조합장 보궐선거를 진행하여야 했다. 이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하는 행위이므로 쟁점 조항에서 정한 제명사유에 해당한다.
4) 피고는 2022. 1. 28. 정기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조합원 제명 의안을 상정하였고, 참석 대의원 51명(조합장 제외, 전체 대의원 61명) 중 48명이 의결에 참여하여 그중 37명의 찬성으로 이 사건 제명결의가 이루어졌다. 조합원 제명과 같은 피고의 내부 운영은 이 사건 정관 및 다수결에 따른 자치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량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대상 행위는 현직 조합장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며, 피고의 업무 처리 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사회적 평가와 신용을 현저하게 저하시켜 단체의 존립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제명결의에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중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제명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명사유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파기의 범위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제명결의의 무효확인 청구와 취소 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고 있다. 제명결의 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취소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신숙희
참조조문
[1]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 제16조, 제30조 제1항 / [2]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 [3] 농업협동조합법 제16조, 제30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