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에서 정한 집행판결제도의 취지 및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의미 /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대한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에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이를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대한민국 국적의 甲이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거주하던 중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후, 국내 법원에서 乙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여 그 심판이 확정되었는데, 丙이 미국 법원에서 자신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자신에게 甲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인명령을 받은 다음, 국내 법원에서 乙을 상대로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甲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위 검인명령에 기한 丙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한 사안에서, 丙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 한다)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하여진 집행판결제도는, 재판권이 있는 외국의 법원에서 행하여진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권리를 우리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다시 소를 제기하는 등 이중의 절차를 강요할 필요 없이 그 외국의 확정재판 등을 기초로 하되 단지 우리나라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강제실현이 허용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이를 승인하는 집행판결을 얻도록 함으로써 권리가 원활하게 실현되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요구를 국가의 독점적·배타적 강제집행권 행사와 조화시켜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라고 함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의 사법기관이 그 권한에 기하여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심문 등으로 의견진술의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에서 규정하는 집행판결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한 채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승인·집행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은 집행판결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2]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 한다)에 대한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재판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그 확정재판 등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이를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 국적의 甲이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거주하던 중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후, 국내 법원에서 乙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여 그 심판이 확정되었는데, 丙이 미국 법원에서 자신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자신에게 甲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인명령을 받은 다음, 국내 법원에서 乙을 상대로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甲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위 검인명령에 기한 丙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한 사안에서, ① 미국 법원의 위 검인명령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진다거나, 丙이 청구취지로 구하는 집행판결의 내용이 위 검인명령에 따라 丙에게 부여된 권리의 강제실현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 검인명령은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이 규정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하지 않고, ② 위 검인명령은 乙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한 국내 법원의 확정심판과 저촉되므로, 위 검인명령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丙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 한다)에 대한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재판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그 확정재판 등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이를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 국적의 甲이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거주하던 중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후, 국내 법원에서 乙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여 그 심판이 확정되었는데, 丙이 미국 법원에서 자신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자신에게 甲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인명령을 받은 다음, 국내 법원에서 乙을 상대로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甲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위 검인명령에 기한 丙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한 사안에서, ① 미국 법원의 위 검인명령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진다거나, 丙이 청구취지로 구하는 집행판결의 내용이 위 검인명령에 따라 丙에게 부여된 권리의 강제실현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 검인명령은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이 규정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하지 않고, ② 위 검인명령은 乙을 甲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한 국내 법원의 확정심판과 저촉되므로, 위 검인명령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丙의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례내용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정 담당변호사 김상률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통문 담당변호사 오인섭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10. 18. 선고 2023나201513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보조참가로 생긴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대한민국 국적의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중 2015. 11. 18.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부재자재산관리인이었던 소외 2는 2016. 5. 17.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6. 7. 7. 민법 제102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고, 위 심판은 2016. 7. 22. 확정되었다(위 법원 2016느단4231, 이하 ‘선행 확정심판’이라고 한다).
다. 원고는 2016. 12. 23.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법원(Superior Court of California, County of Los Angeles, 이하 ‘이 사건 외국법원’이라고 한다)에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administrator)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산독립관리법(Independent Administration of Estates Act)에 따라 망인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full authority)을 부여할 것을 신청하였다.
라. 이 사건 외국법원은 2017. 3. 28.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인명령(order for probate, 이하 ‘이 사건 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고, 2017. 4. 7. 상속재산관리장(letters of administration)을 발부하였다.
마. 망인의 의붓아들인 피고보조참가인은 2019. 7. 22.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였고, 피고도 2021. 3. 25. 같은 청구를 하였다. 위 법원은 이를 병합하여 심리한 뒤 2021. 7. 2. 민법 제105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고, 위 심판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위 법원 2019느단5321, 2021느단51324(병합)].
바. 원고는 2022. 8. 23. 피고를 상대로 ‘망인의 상속재산으로서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이 사건 명령에 기한 원고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 한다)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하여진 집행판결제도는, 재판권이 있는 외국의 법원에서 행하여진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권리를 우리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다시 소를 제기하는 등 이중의 절차를 강요할 필요 없이 그 외국의 확정재판 등을 기초로 하되 단지 우리나라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강제실현이 허용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이를 승인하는 집행판결을 얻도록 함으로써 권리가 원활하게 실현되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요구를 국가의 독점적·배타적 강제집행권 행사와 조화시켜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라고 함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의 사법기관이 그 권한에 기하여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심문 등으로 의견진술의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68910 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2다23832 판결 참조). 또한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에서 규정하는 집행판결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한 채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승인·집행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 참조),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은 집행판결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이 사건 명령은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이 규정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명령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진다거나, 원고가 청구취지로 구하는 집행판결의 내용이 이 사건 명령에 따라 원고에게 부여된 권리의 강제실현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행판결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2, 3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대한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재판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그 확정재판 등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이를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명령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명령은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한 선행 확정심판과 저촉된다.
2) 선행 확정심판 이후 이루어진 이 사건 명령이 승인될 수 있다고 본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확정심판을 통해 유효하게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와 권한이 ‘이후 외국법원에서 같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관리인이 달리 선임되었는지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중대하게 불안정해지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 예양(comity)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통문 담당변호사 오인섭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10. 18. 선고 2023나201513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보조참가로 생긴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대한민국 국적의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던 중 2015. 11. 18.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부재자재산관리인이었던 소외 2는 2016. 5. 17.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6. 7. 7. 민법 제102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고, 위 심판은 2016. 7. 22. 확정되었다(위 법원 2016느단4231, 이하 ‘선행 확정심판’이라고 한다).
다. 원고는 2016. 12. 23.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법원(Superior Court of California, County of Los Angeles, 이하 ‘이 사건 외국법원’이라고 한다)에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administrator)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산독립관리법(Independent Administration of Estates Act)에 따라 망인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full authority)을 부여할 것을 신청하였다.
라. 이 사건 외국법원은 2017. 3. 28.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인명령(order for probate, 이하 ‘이 사건 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고, 2017. 4. 7. 상속재산관리장(letters of administration)을 발부하였다.
마. 망인의 의붓아들인 피고보조참가인은 2019. 7. 22. 서울가정법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였고, 피고도 2021. 3. 25. 같은 청구를 하였다. 위 법원은 이를 병합하여 심리한 뒤 2021. 7. 2. 민법 제1053조에 의하여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을 하였고, 위 심판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위 법원 2019느단5321, 2021느단51324(병합)].
바. 원고는 2022. 8. 23. 피고를 상대로 ‘망인의 상속재산으로서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이 사건 명령에 기한 원고의 매각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은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이라 한다)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하여진 집행판결제도는, 재판권이 있는 외국의 법원에서 행하여진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권리를 우리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다시 소를 제기하는 등 이중의 절차를 강요할 필요 없이 그 외국의 확정재판 등을 기초로 하되 단지 우리나라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강제실현이 허용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이를 승인하는 집행판결을 얻도록 함으로써 권리가 원활하게 실현되기를 원하는 당사자의 요구를 국가의 독점적·배타적 강제집행권 행사와 조화시켜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이라고 함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의 사법기관이 그 권한에 기하여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심문 등으로 의견진술의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68910 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2다23832 판결 참조). 또한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에서 규정하는 집행판결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한 채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승인·집행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다224906 판결 참조),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서 확인된 권리의 강제실현을 넘어서는 내용의 집행판결을 구하는 것은 집행판결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이 사건 명령은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이 규정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되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명령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진다거나, 원고가 청구취지로 구하는 집행판결의 내용이 이 사건 명령에 따라 원고에게 부여된 권리의 강제실현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행판결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제2, 3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에 대한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을 외국재판 승인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확정재판 등을 승인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서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우리나라의 국내법 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그 확정재판 등이 다룬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의 정도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그 확정재판 등의 주문뿐 아니라 이유 및 이를 승인할 경우 발생할 결과까지 종합하여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315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명령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명령은 원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원고에게 망인의 상속재산을 관리할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피고를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한 선행 확정심판과 저촉된다.
2) 선행 확정심판 이후 이루어진 이 사건 명령이 승인될 수 있다고 본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확정심판을 통해 유효하게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와 권한이 ‘이후 외국법원에서 같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관리인이 달리 선임되었는지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중대하게 불안정해지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 예양(comity)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
참조조문
[1]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 / [2]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2항 제2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 / [3]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2항 제2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