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성립요건 / 사술을 써서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판례내용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인진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정훈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1. 11. 선고 2022나20067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주식회사 △△△(이하 ‘소외 1 회사’라 한다)는 2018. 5. 17. 원고가 임차보증금 담보대출과 관련하여 대출신청인의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접수·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소외 1 회사에 위탁하는 내용의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소외 1 회사의 운영자 또는 업무담당자인 소외 2, 소외 3, 소외 4 등(이하 ‘소외 2 등’이라 한다)은 원고가 소외 1 회사를 통해 접수되는 대출신청에 관하여 서류심사만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점, 동일 대출신청인에 대한 다른 금융기관의 선행 대출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실행 내역이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얼마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이용하여, □□□보험 주식회사(이하 ‘소외 5 회사’라 한다)로부터 선행 임차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은 다음 이를 모르는 원고에게서 동일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이중대출을 받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 2 등은 2018. 10. 24.부터 2019. 8. 29.까지 피고를 포함한 임차인들의 성명을 모용하여 원고로부터 합계 3,457,775,000원을 대출금 명목으로 편취하는 내용의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다. 피고는 2019. 7. 4. 소외 2 등에게 소외 5 회사에 대한 임차보증금 대출을 위하여 대출서류 작성을 위임하면서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예금통장 및 휴대전화 등을 교부하였다.
라. 소외 2 등은 피고 명의로 2019. 7. 11. 자 대출거래약정서 등을 위조하여 이를 피고의 인감증명서 등과 함께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원고는 2019. 7. 11. 대출을 실행하여 피고의 계좌로 대출금(원금 209,000,000원)을 송금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대출계약은 소외 2 등의 무권대리행위로 체결되었는데, 피고가 소외 2 등에게 소외 5 회사와의 대출계약 체결을 목적으로 신분증,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였으므로 소외 2 등에게 민법 제126조에서 정한 기본대리권이 인정되고, 원고는 소외 2 등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한 권한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가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4조 제1항).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자기를 위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제114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민법 제115조). 한편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 외에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66303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소외 2 등은 대출신청서, 대출계약서 등을 위조하여 피고 명의로 작성한 후 이를 피고에게서 진정하게 접수한 것처럼 원고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되게 하였고, 대출신청의사를 확인하는 원고의 전화 역시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던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결받아 피고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이와 같은 행위는 소외 2 등이 피고를 대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피고인 것처럼 기망하여 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2) 이 경우 민법 제126조에서 정한 표현대리의 유추적용이 문제 될 뿐인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시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대출계약 당시 소외 2 등에게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소외 2 등이 피고 본인으로서 피고의 권한을 행사하여 이 사건 대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금융회사인 원고는 본인이 해야 할 대출업무 중 핵심적인 부분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대출모집인인 소외 1 회사에 위탁하였다. 원고는 이를 통하여 대출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분업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등을 소외 1 회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행하게 됨으로써 대출신청서류의 위조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거래 구조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위험도 원칙적으로 원고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원고와 소외 1 회사 사이의 위탁계약에 따르면, 원고와 소외 1 회사는 금융감독원의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2021. 3. 25.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의 시행과 함께 폐지되었다)을 준수해야 한다. 위 모범규준에서는 금융회사는 불법·부당대출 모집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모집인에 대한 사전교육 및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제10조 제1항 제1호), 대출모집인을 통해 접수된 대출의 사고발생 방지를 위하여 대출 실행 이전에 고객에 대하여 고객 본인 확인 및 금리, 대출금액, 대출기간, 중도상환수수료 등 대출계약의 중요사항을 확인해야 하며(제10조 제1항 제2호), 고객으로부터 대출모집과정(대출모집인 성명, 소속, 모집경로 등)을 확인받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제10조 제1항 제3호)고 정하였다. 또한 금융회사는 연간 2회 이상 계약체결의 적정성 여부와 금지행위 발생 여부 등을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제14조 제2항 참조). 이와 같이 원고가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고 금융회사는 금융거래에서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위 대법원 2001다29896 판결 참조)까지 고려하면, 설령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의 위탁관계를 이용해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대출이 이루어지게 하고 금융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나) 소외 2 등은 2018. 10. 24.부터 2019. 8. 29.까지 16회에 걸쳐 임대주택 임차인 명의로 합계 3,457,775,000원을 원고에게서 이중으로 대출받았고, 그 과정에서 15명의 임차인들 명의를 모용하였는데, 이 사건 대출은 마지막 행위시점에 가까운 2019. 7. 11. 실행되었다.
다) 이 사건 대출에서 소외 2 등이 위조하여 제출한 임대차 관련 서류상 임대차계약일자와 입주일이 동일하고,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된 직후 그 반환채권을 담보로 대출신청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특성은 소외 1 회사를 통해 접수된 다수의 대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이는 대출신청인의 임대차보증금 마련을 위하여 그 반환채권을 담보로 실행되는 대출상품의 특성상 다소 이례적인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원고와 소외 1 회사 사이의 위탁계약 제7조에는 소외 1 회사가 대출상담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고를 통하여 금융업협회에 등록하여야 하고, 소외 1 회사는 소속 대출상담사의 금융업협회 등록·해지사항(사진 포함)에 대하여 금융업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게시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다. 원고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계약 내용에 따라 거래상대방인 소외 1 회사의 대출상담사 등에 관한 자료(사진 포함)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소외 1 회사 측의 대출상담사 등이 위탁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를 하여 오다가 대출신청 명의자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대출신청 명의자 본인인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소외 1 회사 측 대출상담사에 대한 자료(사진 포함)를 통하여 대출상담사와 대출신청 명의자 본인의 동일성 유무를 식별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대출 실행 직전에 소외 2 등이 소지하고 있던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여 대출신청의사 등을 확인하였으나, 대출신청인의 얼굴과 피고의 신분증상 사진을 대조해보지 않았다.
바) 이 사건 대출과 같은 임차보증금 담보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나 질권 설정을 본질적 요소로 하고,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존재 및 선순위 담보권 설정 유무에 따라 대출 실행 여부가 달라진다. 원고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담보제공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대출절차로 예정하고, 이를 전제로 해당 조사업무를 소외 1 회사에 위탁하였다. 만일 원고가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한 선순위 담보권 설정 등을 확인하였더라면 소외 2 등이 이중대출을 받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는 임대인인 부영주택을 상대로 아무런 확인절차를 밟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대출의 실행을 막지 못했다.
사) 소외 2 등은 소외 5 회사의 선행대출 실행내용이 신용정보조회에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악용하였다. 전문금융기관인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려하여, 대출을 실행한 후에도 이중대출이 아니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점검하여 소외 1 회사의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다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사후 점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소외 2 등이 이 사건 대출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이중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 원고는 소외 2 등이 서류를 위조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대출모집인의 대출관련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거나 이를 적발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등 자신이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고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민법 제126조에 따라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 엄상필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정훈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1. 11. 선고 2022나20067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주식회사 △△△(이하 ‘소외 1 회사’라 한다)는 2018. 5. 17. 원고가 임차보증금 담보대출과 관련하여 대출신청인의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접수·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소외 1 회사에 위탁하는 내용의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소외 1 회사의 운영자 또는 업무담당자인 소외 2, 소외 3, 소외 4 등(이하 ‘소외 2 등’이라 한다)은 원고가 소외 1 회사를 통해 접수되는 대출신청에 관하여 서류심사만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점, 동일 대출신청인에 대한 다른 금융기관의 선행 대출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실행 내역이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얼마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이용하여, □□□보험 주식회사(이하 ‘소외 5 회사’라 한다)로부터 선행 임차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은 다음 이를 모르는 원고에게서 동일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이중대출을 받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 2 등은 2018. 10. 24.부터 2019. 8. 29.까지 피고를 포함한 임차인들의 성명을 모용하여 원고로부터 합계 3,457,775,000원을 대출금 명목으로 편취하는 내용의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다. 피고는 2019. 7. 4. 소외 2 등에게 소외 5 회사에 대한 임차보증금 대출을 위하여 대출서류 작성을 위임하면서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예금통장 및 휴대전화 등을 교부하였다.
라. 소외 2 등은 피고 명의로 2019. 7. 11. 자 대출거래약정서 등을 위조하여 이를 피고의 인감증명서 등과 함께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원고는 2019. 7. 11. 대출을 실행하여 피고의 계좌로 대출금(원금 209,000,000원)을 송금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대출계약은 소외 2 등의 무권대리행위로 체결되었는데, 피고가 소외 2 등에게 소외 5 회사와의 대출계약 체결을 목적으로 신분증,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였으므로 소외 2 등에게 민법 제126조에서 정한 기본대리권이 인정되고, 원고는 소외 2 등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을 체결한 권한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가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4조 제1항).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자기를 위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제114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민법 제115조). 한편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 외에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없다. 다만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66303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소외 2 등은 대출신청서, 대출계약서 등을 위조하여 피고 명의로 작성한 후 이를 피고에게서 진정하게 접수한 것처럼 원고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되게 하였고, 대출신청의사를 확인하는 원고의 전화 역시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던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결받아 피고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이와 같은 행위는 소외 2 등이 피고를 대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피고인 것처럼 기망하여 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2) 이 경우 민법 제126조에서 정한 표현대리의 유추적용이 문제 될 뿐인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시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대출계약 당시 소외 2 등에게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소외 2 등이 피고 본인으로서 피고의 권한을 행사하여 이 사건 대출을 신청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금융회사인 원고는 본인이 해야 할 대출업무 중 핵심적인 부분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대출모집인인 소외 1 회사에 위탁하였다. 원고는 이를 통하여 대출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분업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등을 소외 1 회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행하게 됨으로써 대출신청서류의 위조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거래 구조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위험도 원칙적으로 원고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원고와 소외 1 회사 사이의 위탁계약에 따르면, 원고와 소외 1 회사는 금융감독원의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2021. 3. 25.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의 시행과 함께 폐지되었다)을 준수해야 한다. 위 모범규준에서는 금융회사는 불법·부당대출 모집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모집인에 대한 사전교육 및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제10조 제1항 제1호), 대출모집인을 통해 접수된 대출의 사고발생 방지를 위하여 대출 실행 이전에 고객에 대하여 고객 본인 확인 및 금리, 대출금액, 대출기간, 중도상환수수료 등 대출계약의 중요사항을 확인해야 하며(제10조 제1항 제2호), 고객으로부터 대출모집과정(대출모집인 성명, 소속, 모집경로 등)을 확인받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제10조 제1항 제3호)고 정하였다. 또한 금융회사는 연간 2회 이상 계약체결의 적정성 여부와 금지행위 발생 여부 등을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제14조 제2항 참조). 이와 같이 원고가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부담하고 금융회사는 금융거래에서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위 대법원 2001다29896 판결 참조)까지 고려하면, 설령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의 위탁관계를 이용해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대출이 이루어지게 하고 금융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나) 소외 2 등은 2018. 10. 24.부터 2019. 8. 29.까지 16회에 걸쳐 임대주택 임차인 명의로 합계 3,457,775,000원을 원고에게서 이중으로 대출받았고, 그 과정에서 15명의 임차인들 명의를 모용하였는데, 이 사건 대출은 마지막 행위시점에 가까운 2019. 7. 11. 실행되었다.
다) 이 사건 대출에서 소외 2 등이 위조하여 제출한 임대차 관련 서류상 임대차계약일자와 입주일이 동일하고,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된 직후 그 반환채권을 담보로 대출신청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특성은 소외 1 회사를 통해 접수된 다수의 대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이는 대출신청인의 임대차보증금 마련을 위하여 그 반환채권을 담보로 실행되는 대출상품의 특성상 다소 이례적인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원고와 소외 1 회사 사이의 위탁계약 제7조에는 소외 1 회사가 대출상담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고를 통하여 금융업협회에 등록하여야 하고, 소외 1 회사는 소속 대출상담사의 금융업협회 등록·해지사항(사진 포함)에 대하여 금융업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게시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다. 원고는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계약 내용에 따라 거래상대방인 소외 1 회사의 대출상담사 등에 관한 자료(사진 포함)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소외 1 회사 측의 대출상담사 등이 위탁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를 하여 오다가 대출신청 명의자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대출신청 명의자 본인인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소외 1 회사 측 대출상담사에 대한 자료(사진 포함)를 통하여 대출상담사와 대출신청 명의자 본인의 동일성 유무를 식별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마) 원고는 이 사건 대출 실행 직전에 소외 2 등이 소지하고 있던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락하여 대출신청의사 등을 확인하였으나, 대출신청인의 얼굴과 피고의 신분증상 사진을 대조해보지 않았다.
바) 이 사건 대출과 같은 임차보증금 담보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나 질권 설정을 본질적 요소로 하고,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존재 및 선순위 담보권 설정 유무에 따라 대출 실행 여부가 달라진다. 원고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담보제공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대출절차로 예정하고, 이를 전제로 해당 조사업무를 소외 1 회사에 위탁하였다. 만일 원고가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한 선순위 담보권 설정 등을 확인하였더라면 소외 2 등이 이중대출을 받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는 임대인인 부영주택을 상대로 아무런 확인절차를 밟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대출의 실행을 막지 못했다.
사) 소외 2 등은 소외 5 회사의 선행대출 실행내용이 신용정보조회에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악용하였다. 전문금융기관인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신용정보조회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려하여, 대출을 실행한 후에도 이중대출이 아니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점검하여 소외 1 회사의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다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사후 점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소외 2 등이 이 사건 대출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이중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 원고는 소외 2 등이 서류를 위조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대출모집인의 대출관련서류 위·변조를 방지하거나 이를 적발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등 자신이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지 않고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민법 제126조에 따라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 엄상필
참조조문
민법 제12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