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규정된 국고등손실죄의 성립 요건 및 범의의 내용 / 국고등손실죄의 범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방조범 성립의 전제요건으로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규정된 국고등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또는 제4호(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관한 인식 내지 의사가 있어야 그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회계관계직원이 관계 법령에 따르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한 때에는 국고등손실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국고등손실죄의 범의를 인정하려면 그 행위자가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는 사정이 충분히 증명되어야 한다.
[2] 정범의 성립은 방조범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방조범의 성립에는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우 담당변호사 이정석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2. 11. 11. 선고 2021노4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이하 위 피고인들을 통틀어 칭할 때에는 ‘피고인 2 등’이라 한다)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국고등손실)의 점
피고인 2는 충청남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이라 한다) 재무과 재산팀 소속 직원, 피고인 3은 도교육청 재무과 재산팀장, 피고인 4는 도교육청 재무과장으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 제8조에 따라 사권이 설정된 재산을 공유재산으로 취득하지 않아야 할 임무가 있었다.
피고인 2 등은 도교육청 산하 ○○○고등학교(이하 ‘공소외 1 학교’라 한다) 서쪽에 인접한 이 사건 토지 등의 매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 사건 토지 중에 송유관 매설로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이하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라 한다)가 있으므로 송유관을 이설하고 지상권 등기를 해지한 후 토지를 취득해야 함에도 등기부상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하고 공유재산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다시 지상권 등기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2 등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5. 8. 27.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 공소외 2, 공소외 3 및 지상권자 대한송유관공사(이하 ‘송유관공사’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한 후 소유권을 도교육청으로 이전한 다음 송유관공사에 지상권 등기를 재설정해 주기로 하는 ‘공소외 1 학교 주변 부지 매입 관련 협약’을 체결하였고, 2015. 9. 3. 변호사로부터 이와 같은 방법이 법률 위반이라는 회신을 받았음에도 2015. 9. 25. 지상권 등기를 해지한 후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토지 매매대금 1,746,688,990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도교육청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계속하여 2015. 10. 23.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에 송유관공사 명의로 지상권 등기를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 2 등은 공모하여 도교육청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도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위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도교육청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피고인 1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의 점
피고인은 도교육청 세입팀장으로, 2015. 7.경 도교육청 재산팀 담당자인 피고인 2에게 송유관공사의 협조로 등기부상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하여 사권이 없는 토지인 것처럼 만든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중학교(이하 ‘공소외 4 학교’라 한다) 사례를 알려주면서 참고하라고 하고, 계속하여 도교육청 재산팀 담당자가 아님에도 2015. 7. 16. 송유관공사 충청지사에서 이 사건 토지 취득을 위한 5차 협의에 참석하여 송유관공사가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해 주면 도교육청에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한 후 다시 송유관공사에 지상권 등기를 설정해 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방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 2 등이 지상권 해지 후 재설정 방식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것은 공유재산법 제8조 위반으로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인 2 등은 이 사건 토지 매입 업무의 담당자 또는 결재자로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함으로써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지출하지 않아야 할 매매대금을 지출하게 함으로써 해당 액수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그에 상응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정범인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피고인 2 등의 행위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 등의 임무위배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나 피고인 2 등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에 규정된 국고등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또는 제4호(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관한 인식 내지 의사가 있어야 그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8214 판결 등 참조). 회계관계직원이 관계 법령에 따르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한 때에는 국고등손실죄가 성립하지 않으며(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208 판결 등 참조), 국고등손실죄의 범의를 인정하려면 그 행위자가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는 사정이 충분히 증명되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주차장과 운동장 부지, 학생 야외활동 공간, 교실 등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었다. 도교육청은 공소외 1 학교의 적극적인 부지매입 요청에 따라 2013. 9.경 공유재산심의회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토지 등을 매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나) 피고인 2 등은 이미 이 사건 토지 등 매입비로 약 18억 원의 2015년도 예산이 편성되어 있던 상황에서 2015. 7. 1.경 도교육청 재무과에 부임하였다. 피고인 2 등은 예산불용 등을 방지하고 적기에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던 중, 이 사건 토지와 비슷하게 송유관이 매설되어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던 토지에 관하여 송유관 이설 없이 기존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적으로 말소한 후 토지를 매입한 공소외 4 학교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피고인 2는 공소외 4 학교 사례를 검토한 다음 공소외 1 학교와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상급자인 피고인 3, 피고인 4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인 송유관공사의 협의에 따라 지상권 등기를 일시적으로 말소하고 토지를 매입한 다음 송유관 등의 소유·관리를 위한 지상권을 재설정하는 방식’(이하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이라 한다)으로 이 사건 토지 매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라) 피고인 2 등은 송유관공사, 토지 소유자, 공소외 1 학교 등 이해관계인들과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이 사건 토지의 매입 방식, 매매대금 등에 관하여 협의를 마친 다음 도교육청이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기로 하는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도교육청 내부 절차에 따라 공식적인 보고·승인·결재를 받아 최종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였다.
마)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은 송유관 매설로 인한 토지 사용의 제한 등이 반영된 3개 감정평가기관의 감정평가금액을 평균하여 산출된 금액이다. 이 사건 토지 매입 후 공소외 1 학교는 그중 상당 부분을 공소외 1 학교 학생 등의 교육과 편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의 2022. 6. 17. 기준 가격은 약 36억 원에서 40억 원 정도로, 토지 매입 시점과 비교하여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 2 등이 공유재산법 제8조를 위반한 업무 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충청남도 산하 도교육청의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토지 소유자들이 이익을 취득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2는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각 단계의 업무 추진을 기안한 실무자이고, 피고인 3, 피고인 4는 이를 승인·결재한 중간 결재자이다. 피고인 2 등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토지 매입 절차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상급자의 승인·결재 등도 모두 거쳤다.
나) 피고인 2 등은 자신들이 부임하기 전부터 이미 도교육청 재무과에서 논의되고 있던 여러 가지 방안 중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경제성, 신속성 등의 측면에서 공소외 1 학교의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여 공소외 1 학교와 도교육청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관련 업무를 추진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토지의 매입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후 실제로 발생된 결과를 보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매입으로 공소외 1 학교는 고질적인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였고 이 사건 토지의 시가도 2배 이상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공소외 1 학교와 도교육청에 이익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 피고인 2 등이 이 사건 협약 체결 후인 2015. 9. 3. 변호사 공소외 5로부터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공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법률자문 회신을 받은 사실이 있기는 하다.
당시 피고인 2 등은 공유재산 매입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지상권 설정·소멸 등과 관련한 업무 경험이 많은 송유관공사 측에서도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에 특별한 법률적 문제가 없고 오히려 공유재산법 제19조에 따라 지상권 재설정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검토할 정도로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의 토지 매입이 공유재산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인지에 관하여 분명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과 전체적인 토지 매입 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 등이 위와 같은 법률자문 회신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신들의 행위가 관련 법령에 위배되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토지 매입 절차에 나아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 2 등이 이 사건 토지의 매입 과정에서 부정한 대가를 수수하였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리하게 절차를 진행하였다는 정황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 2 등으로서는 이미 유사한 방식으로 학교용지를 취득한 공소외 4 학교 사례가 있는 데다가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송유관공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인들 모두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의 토지 매매에 동의하자, 이 사건 토지의 매입 절차에 문제가 없고 일반적인 업무 처리 범위 내에서 토지 매입 업무를 정당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2 등이 공유재산법 제8조 위반 여부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점 등에만 주목하여 피고인 2 등에게 그 행위 당시에 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2 등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1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 부분에 대하여
정범의 성립은 방조범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방조범의 성립에는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도12865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도582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범인 피고인 2 등에게 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에 대한 피고인 1의 방조죄도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1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등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우 담당변호사 이정석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2. 11. 11. 선고 2021노4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이하 위 피고인들을 통틀어 칭할 때에는 ‘피고인 2 등’이라 한다)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국고등손실)의 점
피고인 2는 충청남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이라 한다) 재무과 재산팀 소속 직원, 피고인 3은 도교육청 재무과 재산팀장, 피고인 4는 도교육청 재무과장으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이라 한다) 제8조에 따라 사권이 설정된 재산을 공유재산으로 취득하지 않아야 할 임무가 있었다.
피고인 2 등은 도교육청 산하 ○○○고등학교(이하 ‘공소외 1 학교’라 한다) 서쪽에 인접한 이 사건 토지 등의 매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 사건 토지 중에 송유관 매설로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이하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라 한다)가 있으므로 송유관을 이설하고 지상권 등기를 해지한 후 토지를 취득해야 함에도 등기부상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하고 공유재산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다시 지상권 등기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기로 공모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2 등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15. 8. 27.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 공소외 2, 공소외 3 및 지상권자 대한송유관공사(이하 ‘송유관공사’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한 후 소유권을 도교육청으로 이전한 다음 송유관공사에 지상권 등기를 재설정해 주기로 하는 ‘공소외 1 학교 주변 부지 매입 관련 협약’을 체결하였고, 2015. 9. 3. 변호사로부터 이와 같은 방법이 법률 위반이라는 회신을 받았음에도 2015. 9. 25. 지상권 등기를 해지한 후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토지 매매대금 1,746,688,990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도교육청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계속하여 2015. 10. 23.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에 송유관공사 명의로 지상권 등기를 설정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 2 등은 공모하여 도교육청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도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위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도교육청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피고인 1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의 점
피고인은 도교육청 세입팀장으로, 2015. 7.경 도교육청 재산팀 담당자인 피고인 2에게 송유관공사의 협조로 등기부상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하여 사권이 없는 토지인 것처럼 만든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중학교(이하 ‘공소외 4 학교’라 한다) 사례를 알려주면서 참고하라고 하고, 계속하여 도교육청 재산팀 담당자가 아님에도 2015. 7. 16. 송유관공사 충청지사에서 이 사건 토지 취득을 위한 5차 협의에 참석하여 송유관공사가 이 사건 지상권 설정 토지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 해지해 주면 도교육청에서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한 후 다시 송유관공사에 지상권 등기를 설정해 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방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 2 등이 지상권 해지 후 재설정 방식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것은 공유재산법 제8조 위반으로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인 2 등은 이 사건 토지 매입 업무의 담당자 또는 결재자로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함으로써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지출하지 않아야 할 매매대금을 지출하게 함으로써 해당 액수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고 그에 상응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점을 모두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정범인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피고인 2 등의 행위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 2 등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2 등의 임무위배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나 피고인 2 등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에 규정된 국고등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또는 제4호(제1호 또는 제2호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관한 인식 내지 의사가 있어야 그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8214 판결 등 참조). 회계관계직원이 관계 법령에 따르지 아니한 사무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한 때에는 국고등손실죄가 성립하지 않으며(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208 판결 등 참조), 국고등손실죄의 범의를 인정하려면 그 행위자가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는 사정이 충분히 증명되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주차장과 운동장 부지, 학생 야외활동 공간, 교실 등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었다. 도교육청은 공소외 1 학교의 적극적인 부지매입 요청에 따라 2013. 9.경 공유재산심의회 심의·의결 등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토지 등을 매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나) 피고인 2 등은 이미 이 사건 토지 등 매입비로 약 18억 원의 2015년도 예산이 편성되어 있던 상황에서 2015. 7. 1.경 도교육청 재무과에 부임하였다. 피고인 2 등은 예산불용 등을 방지하고 적기에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던 중, 이 사건 토지와 비슷하게 송유관이 매설되어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던 토지에 관하여 송유관 이설 없이 기존의 지상권 등기를 일시적으로 말소한 후 토지를 매입한 공소외 4 학교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피고인 2는 공소외 4 학교 사례를 검토한 다음 공소외 1 학교와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상급자인 피고인 3, 피고인 4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인 송유관공사의 협의에 따라 지상권 등기를 일시적으로 말소하고 토지를 매입한 다음 송유관 등의 소유·관리를 위한 지상권을 재설정하는 방식’(이하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이라 한다)으로 이 사건 토지 매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라) 피고인 2 등은 송유관공사, 토지 소유자, 공소외 1 학교 등 이해관계인들과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이 사건 토지의 매입 방식, 매매대금 등에 관하여 협의를 마친 다음 도교육청이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기로 하는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도교육청 내부 절차에 따라 공식적인 보고·승인·결재를 받아 최종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였다.
마)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은 송유관 매설로 인한 토지 사용의 제한 등이 반영된 3개 감정평가기관의 감정평가금액을 평균하여 산출된 금액이다. 이 사건 토지 매입 후 공소외 1 학교는 그중 상당 부분을 공소외 1 학교 학생 등의 교육과 편익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의 2022. 6. 17. 기준 가격은 약 36억 원에서 40억 원 정도로, 토지 매입 시점과 비교하여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 2 등이 공유재산법 제8조를 위반한 업무 처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충청남도 산하 도교육청의 회계관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토지 소유자들이 이익을 취득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위배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 2는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각 단계의 업무 추진을 기안한 실무자이고, 피고인 3, 피고인 4는 이를 승인·결재한 중간 결재자이다. 피고인 2 등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토지 매입 절차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상급자의 승인·결재 등도 모두 거쳤다.
나) 피고인 2 등은 자신들이 부임하기 전부터 이미 도교육청 재무과에서 논의되고 있던 여러 가지 방안 중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경제성, 신속성 등의 측면에서 공소외 1 학교의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여 공소외 1 학교와 도교육청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관련 업무를 추진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토지의 매입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실을 입힌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후 실제로 발생된 결과를 보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매입으로 공소외 1 학교는 고질적인 학교용지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였고 이 사건 토지의 시가도 2배 이상 상승하여 결과적으로 공소외 1 학교와 도교육청에 이익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 피고인 2 등이 이 사건 협약 체결 후인 2015. 9. 3. 변호사 공소외 5로부터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공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법률자문 회신을 받은 사실이 있기는 하다.
당시 피고인 2 등은 공유재산 매입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지상권 설정·소멸 등과 관련한 업무 경험이 많은 송유관공사 측에서도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에 특별한 법률적 문제가 없고 오히려 공유재산법 제19조에 따라 지상권 재설정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검토할 정도로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의 토지 매입이 공유재산법 제8조를 위반한 것인지에 관하여 분명한 기준이나 지침이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과 전체적인 토지 매입 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 등이 위와 같은 법률자문 회신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신들의 행위가 관련 법령에 위배되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토지 매입 절차에 나아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 2 등이 이 사건 토지의 매입 과정에서 부정한 대가를 수수하였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다른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리하게 절차를 진행하였다는 정황도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 2 등으로서는 이미 유사한 방식으로 학교용지를 취득한 공소외 4 학교 사례가 있는 데다가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송유관공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인들 모두 지상권 등기 말소 후 재설정 방식의 토지 매매에 동의하자, 이 사건 토지의 매입 절차에 문제가 없고 일반적인 업무 처리 범위 내에서 토지 매입 업무를 정당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2 등이 공유재산법 제8조 위반 여부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은 점 등에만 주목하여 피고인 2 등에게 그 행위 당시에 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고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2 등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피고인 1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 부분에 대하여
정범의 성립은 방조범 구성요건의 일부를 형성하고, 방조범의 성립에는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그 전제요건이 된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도12865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도582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범인 피고인 2 등에게 국고등손실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에 대한 피고인 1의 방조죄도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1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 주장 역시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2 등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
참조조문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제4호, 형법 제13조, 제355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법 제32조
참조판례
[1]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도208 판결(공1999하
[1]1543)